나는 이렇게했다
아들의 프롬파티
멋진 데이트신청 얘기 듣고 왠지 서운함이…
오랜만에 봄바람이라도 쐬자며 동창들이랑 롱비치 바닷가를 갔었다. 퀸 메리호가 올려다보이는 야드 하우스에서 맛있게 점심을 먹고 바닷가를 거닐고 있으니, 까만 턱시도에 무스로 반들반들 치켜세운 헤어스타일의 미남들에, 어깨를 다 드러낸 드레스를 입은 미녀들이 리무진을 타고 들어오고 있었다. 아쿠아리움에서 프롬파티가 있는 모양이었다.
“프롬파티는 왜 하는 걸까? 뭔가 아이들에게 주는 교육적인 목적이 있겠지?” “그렇겠지. 좀 있음 어른이 될 거니까 소셜라이즈하는 훈련을 시키는 건가?” “사회생활 하면서 가질 파티문화의 맛을 보여주는 거 아니겠니?” 우리는 나름대로 정의를 세워보다가 결론을 내렸다.
“그래. 오늘 하루라도 공부에서 해방되어 행복한 신데렐라와 왕자님이 되어보아라. 12시 종이 울리면 호박이랑 생쥐랑 남루한 옷을 움켜쥐고 무거운 집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쌍쌍이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요즘에는 프롬 신청을 어떻게 할까 궁금해졌다.
옛날 딸아이 때에는 친구들끼리 전화로나 혹은 학교에서 “나하고 프롬 갈래?” 하면“오케이”하고 짝이 지워졌는데. 아들 때에 와서는 별나게 신청을 하는 것 같았다. 무슨 프로포즈처럼.
남학생이 여학생 집에 꽃다발을 갖고 가 무릎 꿇고 신청하는 방법은 아주 고전 이야기가 되어버렸고, 한 아들 친구는 차 트렁크에 쭈그리고 들어앉아 있다가, 친구들이 여학생을 불러내어 팡! 하고 트렁크 문을 열자 벌떡 일어나 꽃다발을 바치며 신청을 했다고 자랑을 했다. 그 여학생 엄마는 무지 기분 좋아했다지만 아들 가진 엄마들은 정말 속이 다 니글거렸다.
“에이구, 녀석들. 실컷 공들여 키워 놓으니까 뭐가 어쩌 고 어째?”
근데 내가 더 마음이 이상해졌던 기억은, 우리 아들이 그 중에서도 제일 희한하게 신청했다는 것이었다. 아들이 파트너와 데이트하고 있는 동안, 친구에게 붕어 모양 과자들을 파트너 방에서부터 화장실까지 좍 뿌려 놓게 했었다. 그리고 화장실 싱크대 안에는 진짜 붕어 한 마리를 담아놓고 거울에다 스프레이로 ‘You are the only fish in my heart’라고 썼대나 어쨌대나.
친구들의 “임무 완수. 오버!” 전화를 받고는 모른 척 파트너를 집에 데려다주었단다. 집에 가서 그걸 보고 감격한 여자 친구 “어머나, 어머나” 해가며 아들한테 핸드폰을 걸고. 집 앞에서 기다리던 아들은 멋있는 목소리로 무게를 딱 잡고 “나는 바로 니 집 앞에 있다. 오버” 뛰어나오는 여자 친구를 붙잡아 세우고는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프롬 같이 가줄래?” 옆에서 친구들은 박수를 짝짝 치고-.
아들이 신나서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기분이 참 묘했다. (너도 이제 마음의 연못에 누군가를 ‘이 세상에 오직 한 사람’으로 담기 시작하는구나) 입으로는 “야, 정말 멋있는 신청이다” 해줬지만 속맘 구석은 왜 그렇게 서운했었는지.
아쿠아리움 앞에서 재잘대며 서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도 얼마나 많은 엄마들이 떠나가는 너희들의 마음에 손을 흔들어주었을까.
<다음 주에 계속>
류민희
<전 서니힐스고교 한인학부모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