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놀드 파머’자신의 이름 붙인 와인 출시

2005-05-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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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골프의 황제 아놀드 파머(75)가 그의 이름을 붙인 와인을 출시, 와인업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월 첫 선을 보인 그의 와인은 2003년 샤도네(Arnold Palmer California Chardonnay)와 2002년 카버네 소비뇽(Arnold Palmer California Cabernet Sauvignon)으로, 나파 밸리의 와이너리 루나(Luna Vineyards)에서 각각 1만 케이스씩 생산했으며 가격은 병당 15달러이다. 파머는 이 포도주의 제조과정에서 직접 블렌딩에 참여했고 와인메이커가 병입할 때 최종적인 의견을 냈다고 한다. 시음가들은 아놀드 파머 와인의 맛이 그의 인품을 반영하듯 서민적이고 정직하며 겸손하다고 평하고 있다.


▲아놀드 파머가 와인메이커 마이크 드래시와 함께 나파의 루나 비니어드에서 샤도네와 카버네 소비뇽의 블렌드를 시도하고 있다.


2003년 샤도네
2002년 카버네 소비뇽
병당 15달러선


와이너리 주인된 프로 골퍼중 한사람
직접 블렌딩등 참여, 서민적인 맛 정평

그런데 프로 골퍼가 와이너리의 주인이 된 예는 파머가 처음이 아니다. PGA 명예의 전당에 오른 그렉 노먼이 호주에 ‘그렉 노먼 에스테이트’(Greg Norman Estates) 와이너리를 갖고 있고(이 와인은 미국에서도 많이 팔린다), PGA 토너먼트에서 10회 우승한 데이빗 프로스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데이빗 프로스트’(David Frost) 와인을 생산하고 있으며, 역시 PGA 토너먼트 15회 승자인 어니 엘스는 와인메이커 진 엥겔브렉트와 파트너로 남아프리카에 ‘엥겔브렉트 엘스’(Engelbrecht Els Vineyards)를 소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골프와 와인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존재하는 것일까? 사실 그렇다고 보기는 힘들고, 단지 추측하기로는 우선 돈을 많이 버는 골퍼들은 고급 와인을 마실 기회가 많다는 점을 생각할 수 있다.
직접 사서 마시기도 하지만 대회 끝난 후 열리는 연회나 각종 자선 이벤트에서 와인을 자주 접하게 된다. 잦은 여행 또한 전세계의 다양한 와인과 음식 문화를 골고루 즐길 수 있는 조건이 되고, 그런 과정에서 일부 미식가들은 와인의 매력에 심취, 은퇴후 땅을 구입해 직접 와인 생산에 나서게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아놀드 파머는 우연한 계기로 와인 컬렉터가 되었다. 보르도의 최고급 와인 중 하나인 ‘샤토 파머’(Chateau Palmer)가 자신들의 이름을 드높이는 골퍼에게 매년 생산되는 와인을 여러병씩 선물, 그의 와인 셀러가 가득 차게 된 것.
파머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펜실베니아 라트로브의 자택에서 두 번째 아내 캐슬린(첫 아내와 1999 사별하고 올해 초 재혼)과 연중 반 정도를 살고 있는데 이곳의 와인 저장고에 1,000병 이상의 와인이 보관되어 있다. 그들은 나머지 시간을 플로리다 올랜도와 팜스프링스 인근의 라 퀸타에서 지내고 있다.
파머는 와인에 대한 가장 즐거웠던 추억으로 첫 아내 위니와 프랑스에서 지내던 시간을 이야기한다. 리무진을 타고 골프 코스에 갔다가 파리의 호텔로 돌아올 때마다 두 사람은 차를 잠시 정차시키고 가까운 그로서리에 들어가 빵 한 덩이와 와인 한병을 사다가 호텔 방에서 마시곤 했는데 그 때가 그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들이었으며 그때부터 와인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놀드 파머 와인의 출시에 대해 그의 친구들과 업계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다면 아주 질 좋은 와인을 만들어 100달러 이상에 내놓을 수도 있었을 테지만 그것은 파머의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언제나 뽐내지 않고 겸손한 태도로 살아온 그는 자기 이름이 들어간 와인도 그처럼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질 좋은 와인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파머는 라트로브 컨트리 클럽, 아놀드 파머스 베이 힐 클럽 & 라운지, 아놀드 파머스 레스토랑, 아놀드 파머 골프 아카데미, 파머 코스 디자인, 아놀드 파머 골프 매니지먼트, 아놀드 파머 모터스 등 그의 이름을 내건 여러 개의 비즈니스를 소유하고 있으며, 자선사업에도 활발해 1980년대 올랜도에 아동과 여성을 위한 아놀드 파머 병원을 세웠고 전립선암 환자였던 병력으로 인해 전립선암 투병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놀드 파머 샤도네 2003: 쉽게 마실 수 있는 드라이한 백포도주. 트로피컬 과일 맛과 코코넛, 바닐라 향이 살짝 가미된 균형잡힌 맛을 갖고 있다.



▲아놀드 파머 카버네 소비뇽 2002: 카버네 소비뇽 95%, 멀로 5%가 혼합된 적포도주로 체리맛과 커피, 초컬릿 맛이 느껴지는 미디엄 바디의 와인. 적절한 태닌에 나파와 소노마에서 재배된 포도 특유의 과일향이 부드럽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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