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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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테러에 쓰러진‘천사’

2005-04-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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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인권·전쟁피해자 돕기 앞장
캘리포니아 출신 20대 말라 루치카

지난 16일 바그다드 공항로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사망한 3명에는 전쟁터와는 어울리지 않는 젊은 금발미녀이자 캘리포니아 주민인 말라 루치카(28·레이크 포트 거주)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녀는 인권운동가로 수주 전 바그다드에 다시 들어가 피해자 참상사례 수집을 위해 가가호호를 다니다 이날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살폭탄 테러의 직접 목표가 됐던 미국 계약업체 운송차량이 폭발하는 바람에 바로 옆에 서있던 그녀의 차도 폭발, 운전사 겸 통역과 함께 현장에서 숨진 것.
순수 민간인이자 인권운동에 헌신해 온 그녀의 죽음은 전세계 외교사절이나 정부요원들, 또 연합군이나 현지군인들, 저널리스트뿐 아니라 바그다드에서 아프간 카불까지의 주민들에게도 충격을 줬다. 특히 주민들은 바그다드가 연합군에 함락된 2003년 4월부터 수많은 전쟁 피해자들을 돌보고 지원금을 쏟아 붓게 중간 역할을 해온 그녀를 기억하며 애통해 했다.
루치카는 바그다드 전쟁 피해자 구호에 뛰어 들기 전에는 아프간에 머물면서 탈리반 정권에 의한 피해자들의 지원에 앞장서 왔기 때문에 카불 주민에게도 ‘친절한 천사’로 익숙한 얼굴이다.
관계자들은 그러나 이날 그녀가 탄 SUV가 왜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공항로에 나타났는지 또는 폭탄테러를 당한 호송차량 옆에 멈췄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녀가 만든 바그다드 전쟁 피해자를 돕기 위한 인권단체(CIVIC) 웹사이트에는 이날 그녀가 부상당한 이라크 소녀를 방문하러 나갔다고 적혀 있었다.
루치카는 샌프란시스코 북쪽의 보수적 소도시 레이크 포토에서 6남매의 이란성 쌍둥이 남매로 자랐으며 5피트3인치의 자그만 키지만 고교시절 농구팀으로 3점 슛을 터뜨리는 스타로 활약했다.
18일 루치카의 집에 모인 가족과 친지들은 그녀가 8학년 때 터진 걸프전에 반대하는 집회를 주도, 정학을 당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루치카가 졸업한 고교 교장도 이날 가족들에 애도 e-메일을 보내고 루치카가 재학 중 인권문제를 다룬 소설과 남아공의 여인 살해 비디오를 보고 인권운동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고 전했다.
루치카는 롱아일랜드 대학재학시절 쿠바,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등지와 이스라엘, 웨스트 뱅크지역 등을 방문하면서 전쟁과 정권의 피해상을 돌아봤다.
2년 전 바그다드에 처음 들어갔던 그녀는 이라크 전쟁 피해주민들을 돕기 위해 바그다드와 미국을 쉴새 없이 왕래하며 현지의 참상을 미국의 중심부와 언론에 전했다. 한동안 이라크에서 떠나있던 그녀는 수주 전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시 바그다드에 들어갔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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