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한인 13년째 추수감사절 노숙자 봉사

2004-12-01 (수)
크게 작게
지역경찰·학생들 일손 도와

추수감사절 전날인 지난달24일 저녁, 버클리 텔레그라프 에비뉴 대로변에 위치한 미국식당 안스 키친(Ahn’s Kitchen) 앞으로 거의 300명에 달하는 노숙자들이 길게 줄을 지었다.
13년째 추수감사절 전날이면 홈리스들에게 터키와 따뜻한 식사를 대접하는 이 식당 주인 안윤희·안현숙씨 부부의 정성에 버클리 경찰과 UC버클리 학생들도 일손을 보탰다.
드디어 5시 정각, 식당 문이 열리면서 서빙이 시작되자 노숙자들은 잘 구워진 터키와 감자요리, 그리고 야채가 곁들어진 전통적인 추수감사절 만찬을 즐기기 시작했다. 비록 몸에서 냄새가 나고 때가 흐르는 옷을 입은 이들이지만 음식을 받아들 때마다 ‘땡큐’를 연발하며 오랜만에 웃음꽃을 피웠다.
이날 만찬을 위해 안씨 부부는 25파운드짜리 대형 터키 13마리를 새벽 6시부터 구워냈다. 안씨 부부는 6마리가 들어가는 대형 오븐에서 6시간씩 온도를 조절해가며 정성스럽게 구워냈다. 혹시라도 오븐이 꺼지거나 잘못되면 추운 날씨에 몇 시간씩 기다린 노숙자들에게 낭패가 되므로 해마다 이날만 되면 긴장된다고 안윤희 사장은 말했다.
안씨는 13년 전 추수감사절이 돼도 갈 곳이 없는 거리의 노숙자들을 보며 자신의 식당에서 식사대접을 시작했다. 해마다 소문을 듣고 줄이 길어지는 노숙자들을 위해 봉사를 계속한 것이 벌써 13년이 되었다.
이날 서빙을 위해 버클리 경찰 3명과 안씨 부부의 두 딸 쥴리(버클리 4학년)와 제니(고교 12학년), 그리고 두 딸의 친구들, 한인 이종열씨(부동산업)도 일손을 보탰다. 270개의 서빙 접시가 동이 날 만큼 이날 안씨의 식당 밖에서 줄을 선 노숙자들이 많았다. 새벽부터 일했던 안씨 부부는 이날 저녁 녹초가 된 몸으로 귀가했지만 부푼 가슴으로 내년에도 계속해야겠다는 결심을 다졌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