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과 과실치사

지난 주 피터슨 사건과 관련, 부인에 대해선 1급살인, 복중 태아에 대해선 2급살인 죄로 유죄평결을 받았다고 언급했었다. 이번 주엔 이 기회를 통해 살인과 과실치사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일반적으로 살인과 과실치사는 타살(homicide)이라는 광범위한 범주에 속한다.


악의를 가지고 타인을 해치면 살인
과실치사는 악의 없이 저지른 행위

타살의 정의는 한 인간이 다른 인간(human)의 목숨을 빼앗은 행위를 말하는데 모든 타살이 범죄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전쟁터에서 적군을 살해하는 행위 또는 정당방위로서의 타살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범죄적 타살(Criminal Homicide)
범죄적 타살에 포함되는 내용은 살인(murder), 과실치사(mansl aughter) 및 차량 과실치사(vehicular manslaughter) 등이 있다. 살인의 정의는 사전에 ‘악의를 품고 다른 사람 또는 복중 태아를 불법적으로 살해하는 행위’라고 명시돼 있다. 예를 들어 산모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에서 태아의 생명을 희생시키는 의사의 행위는 불법(unlawful) 행위가 아니므로 살인에 해당되지 않는다.
과실치사는 살인과 그 정의가 거의 같으며 차이점이라면 사전 악의(malice aforethought)가 없이 저지른 행위를 말한다.
여기서 악의(malice)란 증오에 찬 또는 분노에 찬 마음의 상태만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죽이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해당된다.
추가로 꼭 살의는 없었지만 아주 심한 부상을 입혀서 사람이 죽거나 또는 인간의 목숨에 대한 존엄성을 완전히 무시하는 행위도 악의로 간주된다. 예를 들어 신원을 모르지만 아파트 방안에 여러 사람이 있는 것을 알면서 그 방을 향해 총을 발사하여 사람이 죽었을 경우 특정한 사람을 죽일 의도가 없었다 해도 악의가 있었기 때문에 살인죄(murder)로 기소된다.

살인의 등급(Degrees Of Murder)
살인 자체가 흉악한 범죄이지만 사법제도에서 사회학적 측면을 고려하여 살인을 대부분의 주에서 1급살인(first degree murder) 또는 2급살인(second degree murder)으로 구분하여 형별에 차이를 두고 있다. 1급살인을 쉽게 설명하면 악의를 품고 사전에 계획하여 고의적으로 저지른 살인을 말한다.
예를 들어 부인이 남편을 죽일 목적으로 가게에 가서 쥐약을 산후 커피에 탈 경우는 위에 언급한 모든 요소가 만족되기 때문에 당연히 1급살인이 된다.
캘리포니아 형법 189조에 의거하면 폭발물 사용, 방탄복을 천공할 총탄사용, 파괴력을 가진 물건 사용, 독극물, 사전 기다림, 고문, 살의를 품은 채 차량 안에서의 총기발사 및 기타 의도적이고 치밀하고 사전 계획된 모든 살인을 포함하고 있다.
그 외에 중범 살인법칙(felony murder rule)이라는 법이 있는데 방화(arson), 강간, 카재킹, 강도, 중범죄를 위한 주상건물 침입(burglary), 신체절단 및 파괴(mayhem), 납치 및 유괴(kidnapping), 기차 폭파, 고문, 항문성교, 아동이나 정박성인(dependent adult)을 상대로 한 음란행위, 구강성교(oral copulation) 또는 성기에 이물질 삽입 등의 행위를 하다가 상대방이 목숨을 잃으면 1급 살인죄에 해당된다.
1급 살인의 형벌은 캘리포니아의 경우 사형 또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또는 25년∼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다. 형량은 살인의 방법이나 동기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현재 약 38개 주에서 사형제도가 실행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에 해당되지 않고 과실치사가 아닌 모든 살인은 2급 살인으로 분류된다.

과실치사(Manslaughter)의 등급
어떤 주에서는 과실치사를 3급 살인이라고 칭하는 경우도 있는데 과실치사도 고의적 과실치사(voluntary manslaughter)와 비고의적 과실치사(involuntary manslaughter) 및 차량 과실치사(vehicular manslaughter)로 나눌 수 있다.
고의적 과실치사라는 용어가 약간의 어폐가 있으나 현재 통용되는 한국어로서 최선의 표현으로 사료된다. 고의적 과실치사는 악의 없이 순간적으로 치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해 저지르는 행위를 말한다. 고전적 예를 들면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간통하는 현장을 목격하고 분에 못 이겨 저지르는 살인행위 같은 것을 말한다. 인간의 감정 통제력의 보편성을 감안한 법이다.

김기준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