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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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카지노‘실버호텔’

2004-11-1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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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 도시근교 54개 개장 은퇴노인들 북적

교통·무료식사·선물제공
도박인구 24년새 50%나 껑충

남가주를 비롯한 캘리포니아주 도시 근교에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인디언 카지노가 은퇴한 노인들로 문전정시를 이루고 있다.
최근 수년간 캘리포니아주의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도시 근교에 6만대의 슬롯머신이 설치된 54개의 카지노를 앞다퉈 개장했으며 주중의 정기고객으로 부상한 65세 이상의 노인들을 전세버스나 부페식권 무료 제공 등으로 적극 유치하고 있다.
각 카지노들은 은퇴자들의 모여 사는 실버타운이나 노령층이 몰려드는 도시, 또 각 지역의 노인센터에 왕복 교통편과 식사, 또 여러 종류의 선물까지 내걸고 노인들을 카지노로 실어 나르고 있다.
그같은 유치 작전이 주효, 최근 캘리포니아주의 각 카지노에는 고객의 절반이 이들 노인이며 날마다 그 숫자는 늘어나고 있다. 즉 고정수입이 있고 자유시간이 넘치는 캘리포니아주 노인들이 인디언 도박장들에게는 ‘금쪽같은 내 새끼’(?)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노인들의 빈번한 카지노행은 가주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열병처럼 번지고 있다.
전국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방 도박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도박을 하는 미국 노인들의 비율은 1974년에는 20%에 불과했으나 이 연구가 진행되던 1998년에는 무려 50%로 증가됐다.
이같은 증가비율은 청년이나 중장년층의 어느 연령대에서도 볼 수 없는 급격한 상승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노인층의 카지노 이용 열기에 대해 전문가들의 견해도 찬반으로 나뉘고 있다. 은퇴한 노령층은 대부분 무위도식의 자괴감이나 외로움, 또 때로는 배우자가 없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가 카지노의 공간에서나마 활기를 찾는 장점도 있다는 것. 무료 차편과 식사제공을 해주기 때문에 부담 없이 같은 노령층들과 어울리면서 위안도 찾는다는 주장이다.
실제 최근 예일대학 학자들이 낸 관련 보고서에서도 때때로 카지노를 찾아 도박을 즐기는 65세 이상 노인들의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상태가 그렇지 않은 층보다 더 좋다는 통계가 나왔다.
그러나 더 많은 전문가들은 노인들의 도박중독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은퇴 후 비로소 자신이 쓸 수 있는 황금시간을 카지노에서 허비하는 노인들이 급증했고 도박중독, 부채 급증으로 인한 파산, 우울증 등 후유증도 심각하다는 것. 도박 빚으로 전 재산인 집이 넘어가고 파산신청도 늘고 있으며 자살 시도자들도 많아졌다며 도박 중독의 폐해 확산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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