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 ‘흰옷을 입은 여자’ 나치 약탈품 확인돼 압수
2004-10-28 (목)
2001년 LA에서 전시되기 전까지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 ‘흰옷을 입은 여자’(Femme en Blanc)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약탈했던 작품임이 확인됨에 따라 이를 시카고의 현 소유주 자택에서 압수했다고 미연방수사국(FBI)이 26일 밝혔다.
FBI는 지난 21일 피카소의 이 작품이 도난 당한 것이라는 토머스 베닝슨(오클랜드 거주, 원소유주의 증손)의 고소장을 접수한 뒤 이 그림을 1975년 35만7,000달러에 매입, 소유하고 있던 매릴린 앨스로프의 시카고 자택으로부터 압수했다. FBI는 현재 소송이 계류중인 연방법원이 적법한 소유주를 가릴 때까지 보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앉아있는 여자’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진 이 그림은 1,000만달러(약 113억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1922년께 피카소가 그린 이 그림은 5년 후 독일계 유대인인 칼로타 란즈버그에게 팔렸으며 란즈버그는 2차대전 동안 이 그림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파리의 딜러에게 보냈다. 이 그림은 그러나 1940년에 도난당했고 지난 2001년 LA의 전시회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LA 연방법원에 제출된 소장에 따르면 2001년 LA 전시회가 끝난 후 화랑은 앨스로프를 대신해 이를 팔기 위해 스위스에 그림을 보냈다가 출처조사 결과 이 그림이 나치에 약탈된 후 다시 여러 딜러와 수집가를 거친 것으로 확인됐다.
란즈버그의 유가족들은 전시회 기간에 “이 그림은 할아버지인 칼로타 란즈버그가 나치를 피해 베를린을 탈출하면서 파리의 딜러에 맡겼다가 없어졌던 것”이라는 주장을 해왔다.
FBI는 앨스도르프 부부가 나치가 약탈한 예술품임이 확인된 후에도 지난 2002년 이 그림을 LA 시카고로 옮겼다며 장물인 줄 알면서 한 주에서 다른 주로 그림을 옮긴 것은 엄연한 불법행위이기 때문에 압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