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 와인마개로 더 좋은 것 나와봐 ”

2004-10-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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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크 (Cork)

지난 수년간 와인 업계에서 지속적인 핫이슈로 논쟁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코르크의 사용이었다. 코르크에 기생하는 박테리아 TCA로 인해 와인의 맛을 버릴 확률은 무려 5%이라고 하니, 와인 20병에 한 병 꼴인 셈이다. 금방 마켓에서 구입한 와인이 코르크의 TCA 때문에 맛이 변질되었다면 다시 가져가서 다른 와인과 교환하면 되지만, 큰 마음먹고 20년 전에 구입해 둔 1982년산 보르도 와인을 중요한 날 땄을 때 코르크 때문에 와인이 변질되어 있다면 보상받을 길이 사실상 없다.






전체 생산량의 52%가 포르투갈, 스페인은 32%
25년 지나야 첫 추출 12년마다 껍질 벗겨내
정화된 물에 삶거나 쪄서 불순물등 제거 생산

때문에 와인 업계는 코르크 대용 와인 마개를 꾸준히 개발하여 왔고, 인조 코르크 마개와 돌려 따는 스크루캡의 사용이 점차적으로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와인 애호가들은 TCA에 의해 변질된 와인일 확률이 20병에 1병이라는 놀라운 수치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코르크를 와인의 마개로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코르크 산업은 연간 15억 유로의 매출액에 달하는 산업으로, 대부분의 코르크가 지중해 연안 국가인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모로코, 알제리아, 투니지아에서 생산된다. 그 중에서도 특히 포르투갈의 코르크 생산량은 전체 생산량의 52%를 차지하고 있고, 그 뒤를 이어 스페인이 32%를 차지하고 있다.
코르크는 와인 마개 외에도 집을 지을 때 벽이나 바닥의 재료로 사용되는 등 쓰임새가 다양하지만, 전체 15억 유로의 매출액 중 와인 마개로 사용되는 코르크가 10억 유로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건축 자재로 사용되는 것은 불과 3억 유로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포르투갈과 스페인 등의 국가에게 있어서 와인의 마개로 계속 코르크를 사용하는 것은 그들 국가 경제에 있어서 더 할 수 없이 중요한 일인 것이다.
코르크는 코르크나무의 껍질에서 추출된다. 그러므로 나무의 껍질만 벗겨내면 되기 때문에, 코르크나무 산업은 벌목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임업인 셈이다. 보통 코르크나무는 25년이 지난 후에야 처음으로 껍질을 벗겨내서 코르크를 추출할 수 있다.
그 후 매 9년~12년이면 껍질이 다시 자라서 코르크를 얻을 수 있는데, 와인 마개용 코르크는 처음 껍질을 벗겨내서 코르크를 얻은 후 두 번 더 벗겨낸 후에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코르크 임업자로서는 와인 마개용 코르크를 생산하기 위해 적어도 40년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코르크나무의 평균 수명은 200년에 달하므로, 건강한 나무에서는 12~14번 와인 마개용 코르크를 추출할 수 있다.
코르크나무 껍질은 주로 봄이나 여름에 벗겨낸다. 이 기간 동안에는 나무가 자라고 있기 때문에 새로이 생겨난 야들야들한 껍질 세포층으로 인해 벗기는 작업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껍질을 벗겨보지 않고는 코르크의 상태를 알 수 없는데, 일단 벗기는 작업이 시작됐더라도 코르크의 상태가 완전하지 않으면 작업을 중지하고 1년 후에 다시 껍질을 벗기게 된다.
각 나라마다 코르크나무 관리와 코르크 추출에 관한 규정이 있는데, 포르투갈에서는 9년에 한 번씩 나무 껍질을 벗겨내고, 이탈리아에서는 12년에 한 번씩 벗겨낸다.
습도와 강우량 등의 차이로 인해 나무의 성장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근래에 와서는 마치 와인 업계가 포도 생산에 있어서 과학적인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나무와 나무 사이의 거리 및 토질, 수분, 잎 또는 포도 송이의 개수를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코르크 산업 또한 가지와 잎을 쳐내는 등의 관리를 통해 좀 더 질좋은 코르크를 생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추출된 코르크나무 껍질은 정화된 물로 한 번 삶거나 쪄서 불순물과 박테리아 등을 제거한 후 공장으로 넘겨져 와인 마개용으로 생산된다.
와인 마개용 코르크는 A, B, C 세 등급으로 나뉘는데, 가장 상품인 A급 코르크 마개는, 지름이 2mm 이상 되는 구멍이 없고, 끝부분에서 시작된 금이 전체 길이의 11%가 넘지 않으며, 중간에 난 금은 전체 길이의 18%를 넘지 않고, 가로로 난 금이 없어야 한다.
반면에 B급 코르크 마개는 구멍의 지름이 5mm 이하이어야 하고, 끝부분에서 시작된 금이 전체 길이의 18%가 넘지 않아야 하는 등 규제가 더 완만하다.
와인 마개의 역할은 와인이 병 밖으로 새나가지 못하게 하며, 외부 공기가 병입되어 와인이 산화하는 것을 막고, 비교적 수월하게 딸 수 있어야 한다.
돌려서 따는 스크루 캡에 비해 좀 더 따는 과정이 어렵긴 하지만, 그리고 아직까지 TCA에 의한 와인 변질률이 매우 높은 편이지만, 코르크를 따는 과정과 자연산 코르크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촉과 냄새, 코르크를 빼냈을 때 나는 소리 등을 모두 와인을 마시는 과정 중 하나로서 즐기는 많은 와인 애호가들은 쉽사리 코르크 마개에게 등을 돌리기 어려울 것 같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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