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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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백신 부족 사람잡네”

2004-10-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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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세 할머니 5시간 땡볕 대기중 뇌진탕

LA나 캘리포니아주뿐 아니라 전국을 삽시간에 강타한 독감백신 파동이 결국은 한 노인의 목숨을 어이없이 앗아갔다.
79세 노인이 북가주 오린다시의 한 수퍼마켓 약국에서 실시한 독감백신 접종 대열에 서서 5시간 이상 기다리다가 쓰러져 뇌진탕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것.
피해 노인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인근에 살던 마리 프랭클린으로 그녀는 지난 13일 남편 로버트와 함께 백신접종을 하기 위해 동네의 세이프웨이 수퍼마켓 밖에 아침 8시부터 줄지어 서 있다가 안색이 창백해지면서 낮 1시15분께 그대로 쓰러졌다.
노인은 즉시 인근 병원에 옮겨졌으나 뇌진탕 증세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14일 숨졌으며 콘트라코스타 카운티 검시소는 사인을 사고라고 확인했다.
모친의 갑작스런 사망소식을 듣고 온 딸 지니 포울로스(오리건주 포틀랜드 거주)는 “누구를 나무랄 수 없는 사고지만 당국이 품귀현상을 일으킨 백신 공급방법에 좀더 신경을 썼으면 막을 수 있었던 비극”이라며 아쉬워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들은 아침 8시가 되기 전부터 수백명의 노인들과 어린이들이 수퍼마켓 바깥에 늘어섰으며 노인도 5시간이 넘도록 그늘도 없이 햇볕아래 서 있다가 쓰러졌다고 전했다.
세이프웨이측에 따르면 세이프웨이는 아침 10시부터 시작되는 접종시간에 훨씬 앞서 와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의자와 스낵, 생수 등을 공급했으며 보유한 500명분의 백신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리자 아침시간에 번호표를 나눠주고 나머지는 해산시켰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인근의 콩코드에서도 역시 독감백신 접종을 받기 위해 코스코 스토어 밖에서 오랜 시간 기다리던 76세, 83세의 할머니들이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관계자들은 이들이 오랫동안 햇빛에 노출된 후유증으로 쓰러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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