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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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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지키기’와 준법정신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한국 각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개천절에는 LA 한인회가 주최하고 12개 단체가 공동 주관한 기념행사가 성대하게 거행되었다.
특히 이 행사에서는 한국역사를 바로 세워 한국의 정체성을 높이자는 장기적 목표가 부각되어 있어 참으로 가슴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나라의 고전인 ‘삼국사기’는 고구려사를 신라, 백제 역사와 대등하게 다루었고,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때 신라의 요청에 의하여 당나라 도움을 받은 바 있지만 고구려가 중국의 종속국이라는 개념은 추호도 없었다.
가령 고구려의 어떤 왕이 중국의 어떤 황제에게 사신을 보내어 인삼과 같은 특산물을 증정하였다고 가정하자. 그것이 주권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전근대 사회에 있어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국제무역은 조공형식으로 이루어졌는데, 이것은 주권과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물론 중국에는 중화사상이 있어서 서양의 조공무역과 다르지 않으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같은 것이고, 북방 민족의 침입으로 얼룩졌던 고대의 중국은 만리장성의 구축과 병행하여 회유적 조공무역을 추진하였던 것이다.
이익이 있으므로 주변국들은 자진하여 이와 같은 국제질서에 들어가게 되었고, 일본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중국이 고구려사를 왜곡한 것은 침략적인 구시대적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경제의 고도성장을 성취하고 세계 최강국 대열에 올랐을 때 약소국을 침략할 지는 아무도 모를 일인 것이다. 우리는 이에 대해 고차원적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재미동포들이 ‘역사지키기’운동을 벌이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여기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국수주의 내지는 지나친 민족주의(ultra nationalism)다. 세계화 시대에 구시대적 민족주의는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신무장과 아울러 외교적으로도 우방과 더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여야 한다. 그런 일을 위해 미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 동포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천절의 정신 즉 개국정신이라고 말할 수 있는 ‘홍익인간 정신’으로 인류애적 ‘대집단 이익주의’를 실천하는 것이 공생하는 길이다. 특히 인종차별이나 민족차별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미국의 헌법정신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개천절과 한글날이 들어 있는 10월은 민족의 정체성을 회고함과 동시에 다른 민족과의 공생과 준법정신에 대해서도 재조명하는 달이 되었으면 한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의 약속’을 비롯한 글을 통해 청소년 법을 상세히 다루게 될 텐데 좀더 거시적인 안목을 기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미국의 약속’에 대한 내용은 필자의 아내가 운영하고 있는 웹사이트 (www.coachmimi.co.kr) 자료실을 참조하길 바란다.

(714)901-4545 박재홍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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