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급 브랜드 모두 매각 계획

2004-09-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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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몬다비사(Robert Mondavi Corp.)는 미국을 대표하는 와인 업체이다. 매출액을 떠나서 로버트 몬다비라는 브랜드에 대한 대중의 신뢰, ‘오퍼스 원’과 같은 최고급 브랜드부터 전국 어떤 수퍼마켓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우드브리지’와 같은 친근한 브랜드 등 폭넓은 고객을 상대로 한 다수의 브랜드, 미국 외에도 이탈리아, 남미, 호주 등 전세계 주요 와인 생산지마다 와이너리를 소유한 점 등 그 규모와 스펙트럼에 있어서 미국 최고이며 세계적인 업체라고 할 수 있겠다.


창립자, 현역서 은퇴 가족 운영체제서 전문 CEO투입
현재 매각할 럭서리 상품 전체 자산의 10~15%불과




창립자 로버트 몬다비


아들 마이클 몬다비


그러한 로버트 몬다비사가 자사 브랜드 중 로버트 몬다비와 오퍼스 원을 비롯한 고급 브랜드를 모두 매각할 계획이라는 기사가 9월15일 LA 타임스 등 미국 일간지에 일제히 발표되었다. 기사를 읽고 깜짝 놀란 사람이 많으리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오래전부터 준비되어온 일로 새삼 놀랄만한 뉴스는 아니다.
1966년 로버트 몬다비에 의해 설립된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는 1993년 9월 나스닥에 주식을 상장하고 주식회사가 되면서 이미 오늘의 변화가 예측되었다. 그후 올해로 91세인 로버트 몬다비가 현역 경영진에서 은퇴하면서 명예회장이 되었고, 회장직에서 직접적인 경영을 책임지던 아들 마이클 몬다비(61)가 그룹 부회장에 임명되었고 처음으로 가족이 아닌 그레고리 에반스가 그룹 CEO에 취임하였으며, 지난 8월에는 몬다비 가의 투표 행사권이 85%에서 40%로 감소하는 등 계속적인 경영상의 변화를 겪어왔다.
고급 브랜드를 매각한다는 발표와 함께 마이클 몬다비가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뉴스도 함께 발표되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고급 브랜드 매각에 마이클 몬다비가 관여하지 않음으로써 몬다비 사로부터 오히려 브랜드들을 매입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기 위한 사퇴라고 평한다.
병당 5~10달러 가격의 우드브리지(Woodbridge)와 로버트 몬다비 프라이빗 셀렉션(Robert Mondavi Private Selection), 라파밀리아(LaPagmilia), 아리아나(Arianna), 키랄라(Kirralaa), 행타임(Hangtime), 오베론(Oberon), 그리고 새로운 저가 브랜드인 파피오(Papio)의 판매에 주력하겠다는 몬다비사의 발표는 언뜻 들었을 때 매우 쇼킹하게 들린다.
그동안 로버트 몬다비사의 와인을 상징하던 나파 밸리 오크빌에 위치한 와이너리를 비롯해서 몬다비사의 자랑이었던 토캘론(To-Kalon) 포도밭, 병당 100달러를 호가하는 로버트 몬다비 리저브 와인, 프랑스의 로실드와 절반씩 공동 투자한 나파 최고급 브랜드 와인 오퍼스 원, 부분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이탈리아 투스카니 지방에 위치한 오멜라이아(Omellaia) 와이너리, 그 외에 병당 가격이 15달러가 넘는 와인을 생산하는 바이런(Byron) 와이너리, 애로헤드(Arrowhead) 와이너리, 칠레의 비나 세냐(Vina Sena) 등이 모두 매각될 예정이고, 수입을 도맡아오던 브랜드인 이탈리아의 프레스코발디(Frescobaldi)와 칠레의 칼리테라(Caliterra)도 다른 수입업체에게 넘길 예정이다.
이러한 결정은 몬다비사의 수익성을 높이고 주주들에게 더 많은 이익금을 배당하기 위한 결정이다. 언뜻 보기에 몬다비사가 계속 보유할 브랜드보다 매각 대상인 브랜드가 더 많아보이지만, ‘라이프 스타일’ 와인이라 불리는 병당 15달러 미만 가격대의 와인 브랜드가 벌어들이는 액수는 현재 전체 그룹 매출액의 80%를 넘는 실정이다.
현재 매각 대상인 럭서리 브랜드의 비율은 전체 그룹 소유 자산의 10~15%에 불과하기 때문에, 현재 주당 약 40달러인 몬다비사 주식 한 주당 약 4~6달러 정도이다. 그러나 몬다비사의 계산대로라면 럭서리 브랜드를 매각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금액은 ‘로버트 몬다비’ 이름을 사용하는 로열티를 비롯하여 4억~5억 달러에 이른다고 하니, 매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모든 주주들이 주당 약 20달러의 순이익을 챙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14일 처음 이 소식이 전해졌을 때는 하루만에 주당 42.59달러에서 39달러로 주가가 하락하였다. 마이클 몬다비가 사임한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나파의 얼굴이라고도 할 수 있는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와 토캘론 포도밭의 매각은 나파 주민을 비롯한 대부분 미국인에게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일 것이다. 9월23일 목요일 현재 주가는 주당 38.69 달러이다.
전문가들은 마이클 몬다비를 필두로 한 몬다비 가족이 로버트 몬다비 리저브 와인과 와이너리, 토캘론 포도밭 등을 사들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최고로 좋은 와인을 만들어내겠다는 열정과 수익성이 병행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최고급 와인 생산은 열정을 지닌 개인에게 생산과 운영을 맡기고, 거대 와인 기업 몬다비사는 수익성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자신의 이름을 가진 와이너리를 운영하면서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면 이상하겠지만, 와인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선구자적 안목을 지닌 로버트 몬다비가 이번 일 또한 변화를 통해 또 한 단계 발전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 생각된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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