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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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 안내견 배설물 때문에 주민-맹인부부 법정싸움

2004-09-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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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설물 제대로 주워가라”
“잘 훈련된 개 장애인 박해”

은퇴노인들이 모여 사는 조그만 실버타운의 맹인커플 안내견 2마리가 법정 싸움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인디오에 조성된 115가구의 은퇴자 마을 ‘데저트 그로브’에 사는 맹인 셜리 바틀렛(62), 데니스 바틀렛(49)의 안내견 네브래스카와 마나가 그들이다.
바틀렛 부부는 지난 7월 이마을 이장격(홈어소시에이션 회장)인 델마 피어스(80)로부터 경고성 편지를 받았다. “안내견과의 산책로에 떨어지는 배설물에 대한 주민들의 불평이 대단하다. 제대로 픽업하고 깨끗이 청소하며 다녀라”는 내용이었다 장애인에 대한 박해나 모욕으로 여긴 이들은 피어스와 말싸움으로 격돌했고 결국 법원에 제소한 것이다.
바틀렛 커플은 “두 안내견은 잘 훈련된 개로 아무 데서나 배설치 않고 배설물은 꼭 치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전제하고 “안보이기 때문에 가끔 픽업 못한 배설물로 변호사까지 동원된 협박을 받아야 되느냐?”며 제소배경을 설명했다.
실버타운과 장애인의 안내견과의 갈등이 내용인 이 케이스는 소장 제출시부터 화제를 모았지만 그러나 22일 열린 법정 중재위원회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받았다.
재판전 이를 심리한 리버사이드 카운티 수피리어 법원 커미셔너 그레그 올슨은 “주민 공동체 대표로서 마을을 깨끗하고 안전한 장소로 유지하기 위한 피어스의 행동은 합법적인 규범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피어스는 이날 커미셔너에게 어소시에이션측은 이미 바틀렛 커플의 정기산책로에 청소인력을 배치, 미처 치워지지 않은 배설물을 치우게 시정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원고측은 안내견 이용 장애인 보호규칙을 제정, 어소시에이션 회칙에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케이스를 지켜본 주민들도 “절대 장애자나 맹인을 차별대우 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노령자만 사는 실버타운인만큼 누구나 어떤면으로는 장애인인 셈인데 자신들만 더 많은 특별대우를 바라는 자세를 바꿔야 한다”라는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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