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호주 와인 ‘리틀 펭귄’

2004-09-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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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에 맞췄어요”

전세계 와인의 가격 대비 품질에 있어서 가장 우수한 나라가 있다면 아마도 호주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와인 중 많은 부분이, 은퇴 연금을 두둑히 받은 사람이 나파나 소노마에 좋은 포도밭을 조금 구입하고 와이너리를 지어서 자신이 원하는 와인을 마음껏 생산한 후에 자신이 생각하기에 적당하다고 여겨지는 가격에 와인을 출시하는 것과는 반대로, 호주에서는 먼저 소비자가 어떤 와인을 원하는지 알아낸 다음, 그러한 와인을 구입할 때 소비자가 지불하기 원하는 가격은 어느정도인지를 알아내고, 그 가격에 맞춰 와인을 만들어 낸다고 볼 수 있다.
그 결과 현재 호주는 와인의 종주국이라 일컬어지는 프랑스 내에 와이너리를 다수 소유하고 있으며, 프랑스에서 만들어내는 와인의 와인메이커로 호주 사람을 초빙할 정도로 와인 시장에 있어서 그 위상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호주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약 80%가 소위 빅4라 불리는 4개사에 의해 생산되는데, 그 중에서도 특별히 사우스콥(Southcorp)은 린데만(Lindemans), 펜폴즈(Penfolds), 로즈먼트(Rosemount Estate) 등의 굵직굵직한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으며, 호주 제 1의 와인 생산업체이고, 전세계 와인 생산업체 중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우스콥은 정확한 시장 조사와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서 출시하는 브랜드마다 성공을 거두고 있는데, 이번에 2004년 7월을 기해 ‘리틀 펭귄(Little Penguin)’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했다.
사우스콥사 미국 남가주 지역 담당 크리스 딜런(Chris Dillon)씨에 의하면,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급부상하는 트렌드가 21세에서 35세 사이의 Y 제너레이션을 위한 비싸지 않은 가격에 마시기 쉬운 와인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한다.
기성세대 와인 애호가들이 21세에서 35세 사이에 화이트 진판델, 마테우스, 랜서 등의 와인을 처음 마시면서 와인에 입문했듯이, 이들을 위한 와인을 새로이 창출해내는 것이 바로 거대한 하나의 트렌드를 이루게 된 것이다. 일단 와인에 관심을 갖도록 Y 제너레이션에게 친근한 디자인과 패키지를 만들어내고, 와인 초보자가 거부감을 가질 수 있는 신맛과 쓴맛, 떫은 맛등을 줄이고 과일향이 듬뿍 나면서 뒷맛이 달콤하게 느껴지는 와인을 만들어내는게 현 트렌드에 동조하는 와인 메이커들의 목표이다.
미국인 중 약 18%만이 와인을 마시는 인구인데, 한 번 와인을 마시게 되면서부터는 점점 자신만의 와인맛을 추구해 가는 과정에서 평생 고객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와인 메이커들로서는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업이 아닐 수 없다. 일단 끌어들이기만 하면 와인에 대한 입맛이 변하더라도, 그 때 가서 변화에 맞춘 새로운 와인을 만들어내면 되기 때문이다.
리틀 펭귄은 이러한 트렌드에 앞서가는 와인이다. 리틀 펭귄이라는 이름이 와인 브랜드의 이름으로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리틀 펭귄은 펭귄 중 가장 작은 종으로 남부 호주의 해안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친근하고 귀여운 펭귄인데다, 항상 그룹으로 모여서 생활하는 사회성이 강하므로, 와인을 통한 즐거운 모임을 연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브랜드 네임으로 채택된 것 같다.
Y 제너레이션의 눈길을 끌기 위해 귀여운 펭귄 로고가 그려진 레이블은 노랑, 청록, 보라, 빨강의 밝은 색의 레이블로 디자인되어 있다.
품종은 샤도네(Chardonnay), 멜로(Merlot), 카버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쉬라즈(Shiraz) 네 품종이 출시되고, 가격은 750ml 한 병에 7.99달러이고 1.5리터 한 병에 12.99달러이다.
현재는 인조 코르크를 사용하고 있지만, 곧 스크루캡으로 대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리틀 펭귄이 출시되기까지 대대적인 시장 조사를 통해서 깨끗하고 깔끔한 맛, 마시기 쉬우면서도 과일향이 풍부한 맛의 와인을 Y 제너레이션이 선호한다는 것을 알아내었고, 그 결과에 따라 여러 종류의 와인을 만들어낸 후 수차례 포커스 그룹을 통한 시험 단계를 거쳐서 수정과 보완을 하는 과정을 거쳤다.
샤도네는 린데만사의 최고 와인 메이커가, 멜로는 로즈먼트사에서 로즈먼트 다이아몬드 멜로를 만들어내는 와인 메이커가, 카버네 소비뇽은 펜폴드사의 와인 메이커, 그리고 쉬라즈는 로즈먼트사의 또 다른 와인 메이커가 각각 만들어냈다.
초보자도 쉽게 마실 수 있고, 와인 애호가들에게도 부담없이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리틀 펭귄 와인은 현재 한인타운 내 갤러리아 마켓과 한남체인에서 구입할 수 있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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