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호텔이 이보다 더 고급스러울까?

2004-07-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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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파밸리 와이너리들

초보자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시음 겸하는 투어 시스템 완벽
특색있는 건물·테이스팅 룸
서비스에 집중 투자 고객 맞아


와이너리들은 각자 특색있는 테이스팅 룸을 꾸며놓고 손님을 맞는다. 세인트 수페리의 테이스팅 룸.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에서 투어 가이드 마이크 미네겔리씨가 지하 셀라에서 포도주를 숙성시키는 오크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세인트 수페리 와이너리는 초보자가 와인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셀프 가이드 투어 시스템을 완벽하게 설치하고 있다. 포도주의 맛을 냄새로 알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바.

나파 밸리에는 2개의 큰 길이 있다. 29번 하이웨이(St. Helena Hwy)와 실버라도 트레일(Silverado Trail)이다. 남북으로 평행하게 뻗은 길들인데, 주요 와이너리들은 대부분 이 두 길 선상에 위치하고 있어서, 처음 나파를 찾는 사람들은 29번 하이웨이와 실버라도 트레일만 오가면서도 충분히 와이너리 탐방을 할 수 있다. 미국 와인 하면 캘리포니아 와인을 떠올리고, 캘리포니아 와인 하면 나파 와인을 떠올리게 되는데, 미국에서 생산되는 와인 중 나파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4%에 불과하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90% 이상이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지만, 대부분 중가주와 로다이(Lodi), 파소 로블스, 산타바바라 지역 등지에서 생산되고, 나파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이제 미국산 최고급 프리미엄 와인의 입지를 굳히게 된 것이다. 때문에 나파의 와이너리들도 자신의 이미지에 걸 맞는 건물과 테이스팅 룸, 서비스로 치장하고 좀 더 고급화된 모습으로 손님을 맞고 있다. 나파의 와이너리들을 같이 방문했던 친구 하나가, 마치 라스베가스에서 각기 특색있는 호텔들을 돌아보는 기분과 비슷하다는 표현을 했다. 이제 나파에서는 커다란 스텐레스 스틸 통들과 여러가지 복잡한 기계들, 병들을 정신없이 늘어놓은 와이너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와이너리 자체가 곧 그 와인 레이블의 얼굴이 되면서, 돈을 들여서 고급스럽게 잘 꾸며놓은 와이너리와 테이스팅 룸이 와인 판매 증가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와이너리들은 제각기 특색있는 모양으로 와이너리를 찾는 손님들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건물과 테이스팅 룸, 그리고 서비스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29번 하이웨이를 따라서

▲로버트 몬다비
이들 와이너리 중 선구자 역할을 하는 곳은 역시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라고 할 수 있겠다. 로버트 몬다비가 처음으로 와이너리를 짓는 데 많은 돈을 투자했을 때만 해도 아무도 오늘날의 나파를 상상하지 못했었다.
로버트 몬다비는 특이하게도 먼 앞날을 내다보고, 처음부터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사람이다.
때문에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는 현재 나파의 얼굴이라고도 할 수 있다. 넓고 편리한 주차장과 잘 꾸며놓은 포도밭, 기프트샵, 테이스팅 룸을 비롯해서, 개개인의 시간과 스케쥴에 맞는 맞춤형 투어를 15달러에서 95달러의 가격에 10여가지나 제공하고 있다. 이 중 와인 전문가 한 사람이 약 10여명의 게스트를 인솔해서 약 1시간 동안 포도밭과 와이너리 내부를 보여주며 설명하고, 투어가 끝나면 약 2~3가지 와인을 어울리는 음식과 테이스팅하는 The Vineyard & Winery Tour(1인당 15달러)는 영어가 불편하지 않은 모든 방문자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www.robertmondaviwinery.com 707-968-2001)
▲오퍼스 원
나파시에서 29번 하이웨이를 따라서 북상하다보면 왼쪽에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를 못 미쳐서 먼저 오른쪽에 오퍼스 원(Opus One) 와이너리를 만나게 된다.
로버트 몬다비와 프랑스의 필립 로실드가 50%씩 투자하여 설립한 최고급 와이너리이다. 건물부터 웅장함과 위엄이 대단해서 위축이 되지만, 한 잔에 25달러인 시음 가격 또한 어지간한 사람은 기를 죽게 만든다. 매일 오전 10시 30분에 한 번 밖에 없는 와이너리 투어를 하려면 미리 전화로 예약해야 한다.
투어를 안 하더라도 건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들려서 건물 구경을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www.opusonewinery.com 707-944-9442)
▲세인트 수페리
와인 초보자에게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와이너리는, 로버트 몬다비에서 약간 북쪽으로 길 건너편에 위치한 세인트 수페리(St. Supery) 와이너리와, 그 바로 건너편에 있는 니바움-코폴라(Niebaum-Coppola) 와이너리다. 세인트 수페리의 와인 테이스팅은 1인당 10달러에서 15달러인데, 한 번 돈을 내고 테이스팅을 한 사람에게는 평생 회원권을 주기 때문에 그 다음번에 방문했을 때는 공짜로 테이스팅을 할 수 있다. 또한 오후 1시부터 3시 사이에는 인솔자가 설명해주는 약 1시간짜리 투어를 1인당 10달러에 할 수 있지만, 하루 종일 와이너리 2층에 올라가서 혼자 돌아보는 셀프-가이디드 투어를 공짜로 할 수 있다.
포도에 대한 설명부터, 포도주 만드는 과정, 냄새를 알아내는 방법 등 여러가지 매우 유익한 정보를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훌륭한 경험을 할 수 있다. (www.stsupery.com 707-963-4507)
▲니바움-코폴라
니바움-코폴라의 주인은 유명한 영화감독 프랜시스 코폴라이다. 와이너리 1층에는 대규모 와인 테이스팅 룸과 기프트샵이 있고, 2층에는 오스카 트로피 등 그의 영화와 관련된 물건들을 전시해 놓은 전시관이 있어서 흥미롭다. 테이스팅 룸에서는 1인당 8달러에 4가지 와인을 맛 볼 수 있는데, 다 마시고 난 후 니바움-코폴라 와이너리의 문양이 새겨진 와인잔을 선물로 준다. 약 5가지의 서로 다른 투어가 제공되지만, 미리 예약해야 한다. (www.niebaum-coppola.com 707-968-1177)
▲서터 홈과 트린케로
브이 사투이에서 조금 더 북상하면 왼쪽에 서터 홈(Sutter Home)과 트린케로(Trinchero) 와이너리를 발견할 수 있다. 둘 다 트린케로가 주인인 와이너리로, 서터 홈은 화이트 진판델로 유명한 곳이다. 그러나 서터 홈은 화이트 진판델 외에도 10여가지의 품종을 생산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대부분 와인을 공짜로 시음할 수 있다.
또한 혼자서 돌아볼 수 있는 화이트 진판델 가든 투어도 공짜로 제공된다. (www.sutterhome.com 707-963-3104)



최고급 프리미엄 와이너리 퀸테사의 입구. 안으로 들어가면 고급스런 인테리어가 방문객을 압도한다


조셉 펠프스 와이너리에서는 야외에서 언덕 아래로 펼쳐지는 포도밭을 구경하며 테이스팅 할 수 있다.

▲콘 크릭
스택스 립 지역에서 조금 더 북상해서 세인트 헬레나에 이르면 왼편으로 콘 크릭(Conn Creek) 와이너리를 볼 수 있다. 테이스팅 룸에서 1인당 5달러의 가격에 와인들을 맛볼 수 있는데, 특별히 이곳은 나파에서도 매년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적포도주를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웹사이트를 방문해서 메일링 리스트에 등록하면 공짜로 시음할 수 있는 카드를 보내준다. 메리타지인 ‘앤솔로지’(Anthology·50달러)는 다른 곳에서는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시음해 보고 마음에 들면 구입하는 것도 좋겠다. (www. conncreek.com 707-963-5133)
▲라운드 힐
콘크릭 바로 길건너 편에 라운드 힐(Round Hill) 와이너리가 있다. 한인들에게도 익숙한 러서포드 랜치(Rutherford Ranch)와 반 애스페렌(Van Asperen) 또한 라운드 힐의 브랜드이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는 라운드 힐의 와이너리는 또한 그 브랜드 이미지에 걸맞게 편하고 자연 친화적인 디자인이다.
곳곳에 무성한 나무들과 바로 앞에 흐르는 시냇물 위로 놓여진 다리까지 마치 자연의 일부처럼 주변 환경에 잘 동화되어 있다. (www. roundhillwines.com 707-968-3200)
▲조셉 펠프스
라운드 힐에서 좀 더 북상하면 태플린(Taplin) 로드라는 작은 길이 오른쪽에 나온다. 여기서 우회전하여 조금 들어가면 왼편으로 조셉 펠프스(Joseph Phelphs) 와이너리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이곳은 예약 손님에 한해서 테이스팅을 제공하므로, 방문하려면 미리 전화로 예약해야 한다.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해서 포도밭과 작은 호수, 그리고 나무들이 무성한 숲과 작은 능선들을 바라볼 수 있어서 방문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다. 와인 테이스팅을 1인당 20달러인데 유명한 메리타지 ‘인시그니아’ 시음이 포함된 가격이다. 날씨 좋은 날 야외에서 하는 테이스팅을 신청하면, 그야말로 신선놀음을 할 수 있다. (www. jpvwines.com 707-963-2745)
▲퀸테사
조셉 펠프스에서 조금 더 북상하면 왼편에 퀸테사(Quintessa) 와이너리가 있다. 이곳도 조셉 펠프스와 마찬가지로 예약한 사람에 한해서 투어와 테이스팅을 할 수 있는 곳인데, 칠레의 유명한 와인 메이커 아우구스틴 후네우스가 1990년대 말에 새로 시작한, 오퍼스 원에 대적하는 최고급 프리미엄 와이너리이다.
매우 아름다운 빌딩에, 고급스럽게 꾸며진 리셉션 장소와, 멋진 테이스팅 룸이 일품이므로, 건축이나 실내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방문해도 좋을 것이다. 1인당 25달러를 지불하면 예약된 투어를 마친 후 2잔의 와인을 시음할 수 있다.
퀸테사에서는 오퍼스 원과 마찬가지로 한가지 종류의 와인밖에 만들지 않기 때문에, 두가지 다른 빈티지의 퀸테사를 시음할 수 있다. (www.quintessa.com 707-967-1601)



오전에 일찍 와이너리를 둘러볼 때는 29번 하이웨이보다 동쪽에 위치한 실버라도 트레일을 차로 달려볼 것을 권하고 싶다.
훨씬 더 자연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고 포도밭들이 더 정답게 느겨지는 길이다.
나파시에서 29번 하이웨이로 북상하다가 오크놀(Oak Knoll) 애비뉴로 우회전해서 포도밭을 가로질러간 후 실버라도 트레일에서 좌회전해서 북상하면, 나파에서도 가장 금싸라기 땅이라고 하는 스택스 립(Stag’s Leap) 디스트릭트에 위치한 와이너리들을 볼 수 있다.
우편으로 클로 뒤발(Clos du Val), 침니락(Chimney Rock), 레구시(Regusci), 셰이퍼(Shafer), 로버트 신스키(Robert Sinsky) 와이너리들이, 좌편으로 파인 릿지(Pine Ridge), 스텔츠너(Steltzer) 등의 와이너리들이 즐비하다. 이중 어느 곳에 들어가도 실망하지 않을 맛있는 카버네 소비뇽을 맛볼 수 있다.

많은 와이너리들이 테이스팅 룸을 꾸며놓고 손님들을 반기고 있지만, 퀸테사와 오퍼스 원처럼 생긴지 얼마 안 되는 와이너리들은 예약 손님에게만 테이스팅을 제공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또한 스크리밍 이글(Screaming Eagle)처럼 어디에 있는지 위치조차 잘 알려지지 않고 손님을 전혀 받지 않는 곳도 있다.
와이너리를 방문할 때는, 미리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서 예약을 하고 갈 경우 가장 알차게 투어와 시음을 할 수 있겠지만, 29번 하이웨이와 실버라도 트레일을 오가며 아무 곳이나 들어가서 혼자 돌아보고 시음을 하는 것도 자유를 즐기는 여행객들에게는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나파에만 와이너리가 350개 이상 있다고 한다. 예약 손님이 아니라 시음을 할 수 없다고 하면 바로 그 옆에 있는 다른 와이너리로 가면 그만인 것이다.
테이스팅 룸은 대개 오전 10시에 오픈, 오후 5시에 닫는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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