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마음으로 들어가라
2004-07-14 (수)
배려하는 자세, 사업 성공 지름길
친절히 대하는 것만으로는 매상에 한계 느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살피고 원하는 것 해결
두 명의 자동차 세일즈 맨에 대한 얘기를 통해서 고객을 대하는 자세를 이해해 보자.
한 사람은 고객을 만나면, 각종 자동차의 사양과 기능 그리고 역사에 이르기까지 잘 외워서 설명한다. 그리고 고객이 궁금해 하는 것들을 아주 친절하게 부연해 설명할 뿐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동차에 대한 상식을 아주 자세히 고객이 묻지 않아도 친절히 설명한다. 그리고 각 자동차의 장점과 신기술 개발로 인해 새로 부착된 장치의 기능 등을 잘 설명하는 것으로 회사 내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다른 세일즈맨은 고객이 오면 차에대해서 무조건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 고객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며 이 고객에게는 어느 점을 부각시켜 설명하는 것이 좋은가를 미리 생각한 후 그 고객에게 맞는 내용을 중점적으로 설명한다.
예를 들면 숫자를 많이 다루는 일에 종사하는 회계사 손님이 오면, 수치적으로 분석해서 설명해 주는 것이 좋으므로, 개스비 등 차의 유지비와 같은 구체적 숫자를 제시하면서 실리적인 차를 소개하고 설명을 한다. 반면, 디자이너 손님이 오면 손님이 창의적인 사람이므로 골치아픈 숫자를 늘어 놓는 것은 피하고 남들이 즐겨찾는 차보다는 많이 찾지 않지만 개성이 있는 차를 소개한다.
후자의 방식에 좀 더 고객을 배려하는 마음이 들어있다고 생각된다.
회계사 일을 하다보면 “장사가 생각보다 너무 잘 됩니다”라는 말과 “장사가 너무 안 되는데 다른 손님들은 어때요”라는 말을 동시에 듣는다. 양쪽의 비즈니스를 비교해 보면 어떤 경우는 품목 또는 로케이션 등으로 인해 차이가 생기기도 하지만 깊숙이 들어가서 보면 사업을 하는 방식에 많은 차이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사업을 잘 하는 한 손님의 예를 소개하겠다. 가게의 매상이 바닥을 치는 허름한 마켓을 인수한 김사장은 전에 마켓을 운영한 경험이 없었다. 그냥 열심히 해 보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시작한 마켓 일은 생각보다 고됐다. 그렇지만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열심히 그리고 친절히 대하면서 그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단순히 친절히 대하는 것만으로는 매상에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마켓의 환경을 하나씩 점검하기 시작했다.
손님의 대부분이 히스패닉이라는 사실과 가게 주변에 튀는 마켓도 없고 모두 비슷비슷하다는 점을 파악하고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자신이 취미 생활을 하는 사진을 활용해 보자는 생각을 했다. 히스패닉들이 축구를 좋아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인데 이들이 매 주말마다 근처 축구장에서 축구 경기를 갖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매 주말 동네 축구장에서 히스패닉들의 축구 시합에 카메라를 들고 가서 그들의 사진을 찍고 이 사진을 가게에 전시했다.
그리고 자신의 사진은 누구든 무료로 가져가게 했다. 그러자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사진을 찾으러 온 사람들은 그냥가지 않고 하다 못해 담배 한 갑 또는 맥주 한 캔이라도 구입했다. 김사장이 운영하는 마켓은 서서히 이들 사이에 편안하고 그들을 위하는 마켓으로 자리매김 하게 되었다.
고객의 발길이 잦아지자 이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계속해서 살피는 가운데 이들이 선호하는 고기를 준비해서 팔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러 가게 한 구석에 정육부를 만들었다. 이것 역시 좋은 반응을 일으켜 매상 증대에 한몫을 했다. 장사를 하는 햇수가 거듭될수록 안면이 익은 고객들이 늘다 보니 간혹 첵 캐시를 원하는 고객들이 있어서 물건을 구입하면 바꿔줬다. 그런데 첵 캐시를 원하는 고객들이 늘어 이번엔 본격적으로 첵 캐시를 해 볼 계획으로 필요한 퍼밋을 받고 마켓에서 첵 캐시를 시작했다.
첵 캐시를 한다는 것을 알자 첵 캐시 손님이 점점 더 늘었고, 지금은 식료품 판매로 벌어들이는 소득 못지 않게 짭짤한 소득원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고객의 마음은 멀리 있지 않다. 고객의 마음 깊숙이 들어가라. 그들의 마음 속을 면밀하게 살필 때 원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안병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