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마약밀매 악명높은 마을 엄마들이 범죄퇴치 팔걷어

2004-07-08 (목)
크게 작게
대부분 노스힐스 갱자녀·갱범죄 피해 유족

‘안전한 동네 만들기’평화시위·통성기도

치열한 갱단들의 혈투와 마약밀매 등의 범죄로 얼룩진 악명 높은 한 동네의 어머니들이 동네 범죄 퇴치 캠페인에 앞장서서 주목을 끌고 있다.
두달전 범죄퇴치 네트웍을 구성하여 이미 두 번의 7블럭 평화시위를 하며 안전한 동네 만들기를 호소한 이들 어머니나 여성들 대부분은 현역 갱멤버 자녀를 두었거나 갱범죄 피해자 유족들이어서 특히 이채롭다.
이들은 샌퍼난도 밸리에서도 특히 살인, 강도, 강간 등의 강력 범죄 발생률이 가장 높은 노스힐스의 어머니들로 잦은 라이벌 갱단의 전투나 범죄 발생으로 청소년 인명피해가 높아지는 것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어서 우선 거리 평화시위부터 시작한 것이다.
이들 지역 범죄퇴치 네트웍 어머니 회원들은 지난 5월 갱범죄로 목숨을 잃은 청소년들의 사진과 관을 들고 1차 거리 시위를 한데 이어 6일 밤에는 손에 촛불을 들고 버넷과 오리온 애비뉴까지 이어지는 레이엔 스트릿을 행진하며 ‘우리 동네에 평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는 구호와 노래를 불렀다. 또 시위 도중 몇번이나 멈춰 서서 함께 평화를 간구하는 통성기도를 하기도 했다.
이들의 6일 평화시위에는 갱멤버나 갱범죄 피해자 어머니들뿐 아니라 어린이나 지지하는 주민들도 대거 합류했으며 경찰차량 한 대가 이들을 호송했다. 또 오랫동안 갱단원으로 활약했던 젊은이들도 함께 행진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들이 행진한 7블럭은 노스힐스와 파노라마 시티의 경계지역으로 최소한 3개의 라이벌 갱단들의 근거지이고 50스퀘어마일을 커버하는 LAPD 데본셔 경찰서 관할구역에서 80%의 갱범죄가 일어나는 위험한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이곳은 빈곤층과 이민자 소수계들이 밀집 거주하고 있으며 수년 동안 마약밀매 중심지로도 악명이 높았기 때문에 시당국은 그의 근절을 위해 노도프쪽 진입로를 일방 통행로로 만드는 고육지책을 쓰기도 했다.
한편 어머니들의 범죄퇴치 네트웍 구성과 평화시위 등을 적극 지지하는 데본셔 경찰서 갱전담반은 이 캠페인이 펼쳐진 이래 거리총격 건수와 갱관련 폭행 케이스가 다소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네트웍의 어머니 회원들도 “특별한 힘이 없는 어머니들의 평화시위가 갱범죄나 기타 강력 범죄 발생을 억제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계속적으로 힘을 모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정인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