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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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융단폭격 받아야 흥행성공?

2004-07-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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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수난’
화씨 9/11’

대 박

할리웃의 막강한 선전조직조차도 호된 여론의 질타 만큼 막대한 흥행수입을 유발할 수는 없다.
이는 영화 ‘화씨 9/11’의 연출자인 마이클 무어가 수퍼스타 감독 멜 깁슨의 말많았던 종교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로부터 얻은 교훈이다. 이 영화는 올해 초 전국을 뒤흔들고 여론을 분열시켰으나 그로인해 최소한의 마케팅으로도 기록적 입장권 판매수입을 올렸다.
깁슨은 자기 영화 관련 뉴스를 요약 보관해 두는 전략을 통해 영화에 대한 논란을 촉발시켰다. 지난 2월 개봉 무렵까지 이 영화는 일부 유대인들과 가톨릭 지도자들로부터 반유대적이며 너무 폭력적이란 이유로 격렬한 비난을 들은 반면 보수주의자들로부터는 옹호를 받기도 했다.
2,500만달러의 자비로 제작된 깁슨의 영화는 북미에서 3억7,000만달러, 여타 세계지역에서 6억400만달러의 수입을 올려 흥행사상 8번째로 가장 성공한 영화가 됐다.
무어의 논쟁적 정치 기록물인 ‘화씨 9/11’은 지난 25일 미국과 캐나다에서 개봉되면서 주말 실적으로 2,390만달러를 거두어 들여 사상 어느 기록물보다 많은 흥행수입을 기록했다. UCLA 영화과 교수 하워드 수버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영화사가 돈을 벌 수 있는 최고의 선전은 공개적으로 공격받는 것이며 그 선전비는 아주 저렴하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관계자들의 지적대로 보수단체들로부터 ‘비애국적’이라느니 ‘반미적’이라느니 ‘거짓투성이’라느니 따위의 악의적 언사로 융단폭격을 받은 바 있는 ‘화씨 9/11’은 기록물로는 박스오피스 1위에 최초로 오른 역사를 만들었다.
제작사인 미라맥스는 이영화 제작에 약 600만달러를 지출했으나 배급업자들은 판촉비로 겨우 1,000만달러를 쓰고도 개봉 3일만에 이익을 냄으로써 비싸고 경쟁이 극심한 영화계에서는 경이적 실적을 올렸다. 영화의 광고예산은 보통 4,000만달러가 드는데 이영화의 연출자 무어는 배포를 거절한 월트 디즈니사나 정치적으로 뜨겁고 위험한 내용이라며 비난해온 보수주의자들과 공개싸움을 벌이고 언론보도를 부추김으로써 소액으로 일확천금을 거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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