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로카브(Low Carb) 와인

2004-06-2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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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주 맛 그대로 탄수화물만 적게


멜로 5온스에 탄수화물 1.9그램 ‘원포인트 나인’
샤도네 5온스에 탄수화물 1.6그램 ‘원포인트 식스’


소위 ‘황제 다이어트’라고 불리우는 앳킨스 다이어트(Atkins Diet)의 열풍에 힘입어, 저칼로리 즉 로카브(Low Carb) 식품들이 날개 돋친 듯 판매되고 있다. 현재 미국 내 저탄수화물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수는 5,900만명, 시장은 연간 39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하니, 점점 비만해지고 있는 미국인들의 저탄수화물 식품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 뒤지지 않기 위해 각 기업들은 너도나도 다투어 새로운 저탄수화물 제품을 출시하고 있고, 지난 메모리얼 데이 주말을 기해 잭 대니얼 위스키와 펫처(Fetzer) 와인 등을 소유하고 있는 ‘브라운-포맨’사에서도 저탄수화물 와인(Low Carb Wine)을 출시하였다. 새로 출시된 로카브 와인은 원포인트 나인(1.9)과 원포인트 식스(1.6)라는 이름의 적포도주와 백포도주 두 종류이다. 원포인트 나인은 멜로(Merlot)이고 75%의 멜로와 10%의 카버네 소비뇽, 그리고 15%의 다른 적포도주 품종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원포인트 식스는 샤도네(Chardonnay) 이고 99%의 샤도네와 1%의 소비뇽 블랑으로 이루어져 있다. 둘 다 소비자 권장가격은 병당 9.99달러이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벌써 감이 왔겠지만, 원포인트 나인과 원포인트 식스는 각각 한 잔의 와인 (5온스)에 함유된 탄수화물의 수치이다. 멜로 5온스에는 1.9그램의 탄수화물이, 그리고 샤도네 5온스에는 1.6그램의 탄수화물이 함유되어 있다.
평균 멜로의 탄수화물 함량이 4.1그램이고 샤도네가 3.8그램인 것에 비해, 원포인트 나인과 원포인트 식스의 탄수화물 함량은 그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탄수화물은 줄었어도 이 두 와인의 열량은 다른 와인과 동일한 120 칼로리 수준이다. 그러므로 맛에 있어 다른 로카브 제품과는 달리, 원포인트 나인과 원포인트 식스는 전혀 뒤지지 않는 맛있는 와인이다. 이미 로카브 다이어트에 대해 식상해 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는 시점에, ‘로카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지 않고, 1.9, 1.6 등의 수치를 브랜드 네임으로 한 원포인트 나인과 원포인트 식스는 마케팅에 있어서도 한 발 앞서고 있다.



와인 세계에서도 로카브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 여성이 BV 와인병에 붙어있는 칼로리 명세표를 들여다보고 있다.



정확한 수치를 처음부터 제공해서 탄수화물 수치에 민감한 고객의 눈길을 끌면서도, ‘로카브’라는 단어에 포함된 ‘맛없는 제품’이라는 선입견을 미연에 방지한 것이 바로 주요 마케팅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이미 USA 투데이 지를 포함하여 NBC 뉴스 등 주류 언론에 소개된 바 있는 원포인트 나인과 원포인트 식스는 저탄수화물 와인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와인과 비교했을 때 맛에 있어서 전혀 다른 점을 찾을 수 없는 와인이라는 점이 바로 성공의 열쇠이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와인과 똑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지며, 전혀 화학물질이나 향신료 등이 첨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와인의 탄수화물 수치를 낮출 수 있었을까 하는 것이 수수께끼인데, 그 해답은 바로 와인을 만드는 포도에 있다. 브라운-포맨사는 캘리포니아 내 여러 포도밭을 대상으로 탄수화물 수치가 낮은 포도가 재배되는 곳을 찾기 위해 애썼으며, 그 결과 맛과 품질이 희생되지 않고도 탄수화물 수치가 낮은 포도를 재배하는 데 성공하였고, 그 포도로 만든 와인이 바로 원포인트 나인과 원포인트 식스인 것이다.
알콜 함량에 있어서도 맛과 향에 있어서도 원포인트 나인과 원포인트 식스는 보통 와인과 구분하기 어렵고, 단지 탄수화물의 수치만이 낮아졌을 뿐이다.
처음 원포인트 나인 멜로 와인과 원포인트 식스 샤도네 와인을 접했을 때, 다른 음식처럼 맛과 품질에 있어서 뒤떨어지는 건 아닐까 의심스러웠지만, 맛을 본 후에는 그러한 우려가 깨끗이 사라졌고 오히려 어떻게 이러한 와인을 만드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과 감탄이 커졌다.
드라이한 와인이므로 샤도네는 샐러드나 어류, 조류 등의 음식과 잘 어울리고, 멜로는 육류와 잘 어울리지만, 가볍게 느껴지는 부담없는 맛과 향 때문에 음식 없이 그냥 마셔도 편한 와인이다. 와인 애호가보다는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가 주 타겟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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