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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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살해범 ‘네탓’ 공방

2004-06-1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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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시켜 살인’

‘아들 진술 못믿어’

6년전 그라나다힐스 기업인 살해사건
아들 종신형 조건 유죄시인, 엄마는 발뺌


뉴욕의 사교계 인사였던 아이린 실버맨(당시 82세)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어 긴 재판 끝에 2002년 징역 120년과 126년형을 각각 선고받고 복역중인 악명 높은 모자 살해범 샌티 키메스(69)와 케네스 키메스(29)가 이번에는 LA에서 법의 심판대에 섰다.
뉴욕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이들 모자가 LA로 압송되어 14일 시작된 재판대에 선 것은 실버맨 살해 이전인 1998년 그라나다힐스 자택에서 피살된 기업인 데이빗 카즈딘(당시 63세)을 살해한 용의자로서다.
배심원들 앞에서 모두진술에 나선 LA카운티의 검사 엘레노어 헌터에 따르면 이들 모자는 카즈딘의 서명을 위조하여 28만달러를 착복하려다 들통이 나자 그의 집에 찾아가 총으로 살해한 후 사체를 LA 국제공항 부근 쓰레기통에 유기했다.
기소 내용에 따르면 모친인 샌티 여인이 라스베가스 주택에 관련된 금융사기, 주택 방화, 불법 보험금 수령 시도 등의 여러 가지 사기 및 형사범죄를 카즈딘의 이름을 도용해서 저지른 후 카즈딘이 그를 알아차리고 경찰이 수사를 시작하자 아들 케네스를 시켜 그를 살해했다.
케네스는 지난해 11월 검찰이 유죄시인을 조건으로 모친과 자신의 범행에 대해 사형이 아닌 종신형을 구형하겠다고 하자 “1988년 3월13일 하수인 한 명과 함께 카즈딘의 머리를 총을 쏴 죽인 후 사체를 담요에 말아 피해자의 차에 태운 뒤 LA 국제공항 쓰레기통에 버렸다”는 범죄사실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샌티 여인은 아직 범행에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재판에서는 샌티 여인을 카즈딘 살인의 주범으로, 케네스는 살인종범으로 다루게 된다. 검찰은 그동안 모친의 범죄 파트너로 LA와 뉴욕에서 사기 및 살인범행을 함께 해왔던 아들 케네스를 검찰측 증인으로 내세워서 샌티 여인의 범행을 입증하고 나아가서는 “모든 범행은 모친이 계획하고 나는 시키는 대로 한 것이다”를 주장할 예정이다.
그러나 샌티 여인의 변호사 레이 뉴맨은 이날 카즈딘의 서명이나 이름을 도용해서 만들어졌다는 융자서류에는 샌티 여인의 서명은 없는 데다 그녀가 카즈딘을 살해하거나 교사해서 얻을 이익이나 동기가 전혀 없다는 데 초점을 맞춰 무죄를 주장했다.
또 그녀는 아들이 그같은 끔찍한(?)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도 믿지 않고 있다고 아울러 진술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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