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특별한’ 와인 테이스팅

2004-06-0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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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타운서 첫 개최

맛·향의 세계 만끽

지난 5월 13일 목요일 저녁에 한인타운 내 중국식당 ‘칭’에서 로버트 몬다비 주최의 와인 테이스팅이 있었다. 간단한 빵과 치즈와 과일이 제공되었고, 흥겨운 재즈 연주가 함께 하였으며, 10여가지의 와인을 맛 볼 수 있었다. 그간 베벌리힐즈와 오렌지카운티, 그리고 각종 와이너리에서 제공하는 와인 테이스팅에 많이 참석했지만, 한인타운 내에서 한인을 위한 와인 테이스팅 이벤트는 처음이었기에 매우 흥미로웠다.


20대 후반~40대초반 전문직 종사 애호가들
몬다비 신제품 ‘파피오’등 평가 즐거운 시간


와인 유통회사 서던 와인 앤 스피릿츠의 매니저인 탐 오버롤씨가 호스트 로버트 김씨에게 몬다비 피노누아를 따라주고 있다.


로버트 몬다비 사의 아트 핀씨가 젊은 층을 대상으로 새롭게 출시한 파피오 와인을 소개하고 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주중에 저녁시간을 할애해서 25달러의 입장료를 내고 참석하여 와인을 즐기는 한인들이 과연 누구인가 하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호스트인 로버트 김씨의 초대를 받고 온 사람들로,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연령대가 많았으며, 헤어스타일과 옷 등이 매우 자유롭고도 세련된 차림새였고, 거의 모든 사람이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듯 하였다. 호스트의 설명에 의하면 이 날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한인타운 인근에 직장이 있는 사람들로, 교육, 영화, 인터넷 등 분야의 전문직 종사자들과 보석상 등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한마디로 타운내 다른 모임이나 장소에서는 보기 드문 그룹의 한인들이었다.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을 맡은 로버트 김씨는 한인으로서는 드물게 젊은 나이에 주류 요식업계에 종사하고 있으며, 현재 선셋길에 있는 베벌리 힐즈 호텔 내 3개의 식당 매니저를 맡고 있다. 그는 고급 식당이나 와인을 찾는 한인들이 베벌리 힐즈 등 한인타운 서쪽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다가 이러한 행사를 시도하게 되었다고 설명하였다. 마침 한인 겨냥의 마케팅에 관심이 많은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와 뜻이 맞아서 와인 테이스팅 행사가 열릴 수 있었는데, 로버트 몬다비는 3개의 테이스팅 테이블을 차려놓고 각기 다른 자사 브랜드의 와인을 여러 종류 준비하여 홍보 활동을 펼쳤다.
테이블 하나는 몬다비가 젊은 층과 와인 초보자, 그리고 와인을 주방조리용으로 사용하거나 잔으로 판매하는 식당, 나이트클럽, 재즈클럽 등을 겨냥해서 약 6개월 전에 새로 출시한 브랜드인 파피오(Papio)를 시음하는 곳이었다.
파피오는 젊고 힙하고 쿨한 25~35세를 겨냥한 브랜드이기 때문에 병의 디자인도 형광색 일조로 매우 밝고 환한 분위기였고, 가격 또한 4.99달러로 ‘에브리데이 와인’으로 적당하였다. 카버네 소비뇽, 멜로, 샤도네 세 가지 품종이 생산되는데, 현재 마켓에 2002년산이 나와 있다.
시음해 본 결과 매우 가볍고 부담이 없으며, 과일향이 풍부했고 전체적으로 약간 달콤하게 느껴졌다. 깊은 맛과 우아함 등을 찾을 수는 없지만, 초보자가 부담없이 마시기에 적당한 와인으로, 현재 트레이더 조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주류 마켓으로 판매망을 넓혀갈 계획이다.
또 한 곳의 테이블에서는 로버트 몬다비 브랜드의 푸메 블랑, 샤도네, 멜로, 피노누아, 카버네 소비뇽 등의 테이스팅이 있었다. 현재 마켓에 나와있는 빈티지라는데, 타회사 제품이 대부분 2002년 빈티지인 것에 비해, 몬다비의 멜로는 2000년, 피노누아와 푸메 블랑, 샤도네 등은 2001년에 출시된 와인인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대규모 와인업체인 몬다비는 와인 출시에 있어서 서둘러 유통시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그 밖에 몬다비 소유의 타 브랜드인 나파의 라파밀리아(La Famiglia), 호주의 키랄라(Kirralaa) 등을 시음할 수 있었다.
한인타운 내에서 전문직에 종사하는 30대 1.5세와 2세를 겨냥한 와인 테이스팅 행사가 열렸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된다. 홍보가 충분하지 않아서인지 참석한 인원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웠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행사가 자주 열려서 한인타운을 벗어나지 않고도 여러가지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졌으면 좋겠고, 한인들의 구매력과 잠재력을 와인업계에 알릴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길, 그래서 한인 와인 구매자들에게 와인 업계가 제공하는 많은 혜택과 관심이 주어질 수 있게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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