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패닉 11남매 이민가정 빛나는 11번째 학사모업장
2004-05-15 (토)
높은 교육열 석사 3·박사 1명
USC 동문만 6명 악기도 잘 다뤄
멕시코 이민가정의 자녀 11명이 줄줄이 대학을 마쳐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4일 USC 대학을 졸업한 마리아 엘레나 페레즈(21)는 파코이마의 히스패닉 이민가정에 11번째의 학사학위를 보탰다. 새뮤얼 페레즈(69)와 마리아 엘레나 페레즈(64)는 중학교 문턱조차 밟아보지 못했으나 마리아를 비롯한 11명의 자녀들은 이제 모두 학사 이상의 고학력자들이다. 11명의 남매들 가운데 USC동문만 6명이다.
저소득층 지역에 거주하는 노동자 이민가정이 자녀 11명을 모두 대학에 보낸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더구나 히스패닉 가운데 캘리포니아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은 겨우 6%에 불과하다.
페레즈 자녀들은 부모의 깊은 관심과 높은 기대 덕분에 대학을 마칠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페레즈는 “단지 아버지의 의무를 다 했을 뿐”이라며 한껏 겸손해 한다. 1950년대 농장 노동자 프로그램을 통해 도미한 페레즈는 11명의 자녀를 부양하기 위해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3군데 직장을 뛰었다. 기계공장에서 풀타임으로 일한후 귀가해 늘 자녀들과 저녁식사를 같이 했던 그는 두 번째 직장인 밴나이스의 제너럴 모터스 공장에서 조립공으로 근무했으며 주말에도 정원사 일로 자녀들의 학비를 벌었다.
그의 부인 마리아 엘레나는 “가진 것은 없었지만 자녀들에 대한 사랑은 많았다”며 “단지 아이들이 남편처럼 고생하지 않기를 원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페레즈 가정은 화합이 넘친다. 독신인 자녀 6명은 아직도 부모와 함께 살고 있을 정도다.
페레즈 자녀들은 정부보조금과 장학금만으로는 학비가 모자라 대부분이 아르바이트를 했고 나머지 비용은 융자금으로 조달했다. 또 형제자매가 서로 도와 저소득층 소수계 학생들을 직면하는 어려움을 이겨냈다.
페레즈 자녀들은 음악이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11명 모두가 악기를 연주할 수 있어 이중 5명은 USC 마칭밴드에서 활약했고 3명은 주말에 마리아치 밴드와 연주하면서 돈을 벌기도 했다. 샌퍼난도 고등학교에서 페레즈 자녀 중 10명을 가르친 음악교사 리처드 기거 주니어는 모두가 밴드에서 지도력을 발휘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페레즈 가정은 교육열이 대대로 흐르고 있다. 자녀 중 3명은 이미 석사학위도 받았고 2명은 석사과정을, 다른 1명은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페레즈 자녀들은 다른 히스패닉 학생들도 대학에 진학하도록 본보기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3명은 교사가 되었고 다른 1명은 학교 카운슬러로 일하고 있다. 아버지 페레즈는 11차례 자녀 대학 졸업식에 간 것도 부족한지 6명의 손자손녀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손녀의 사진을 가리키며 “다음은 저 아이 차례“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우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