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민자의 삶 코미디로 전합니다”

2004-01-19 (월) 12:00:00
크게 작게
“코미디는 아픔입니다. 아시안으로서 미국에서 살며 느꼈던 아픔을 통해 우리도 ‘쿨’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할리웃 선셋 스트립 초입의 유명 스탠딩 코미디 클럽 ‘래프 팩토리’(Laugh Factory)에서 아시안 코미디언들의 쇼 ‘Asian Invasion’의 사회를 맡고 있는 폴 김(27)씨. ‘PK’로 불리는 김씨의 꿈은 언더그라운드 생활을 거쳐 TV 코미디 쇼로 진출하는 것으로 여느 아마추어 코미디언들이 꾸는 꿈과 같다.
소수계가 주류사회를 뚫고 들어가기 위해서는 남다른 노력이 요구되지만 김씨에게 아시안, 그 중에서도 한인 1.5세란 사실은 ‘무기’이자 ‘멍에’다.
‘아시안 아메리칸’으로 성장하며 겪게 된 가정과 사회의 상충된 문화, 외모와 말투가 달라 겪었던 남모를 고충이 김씨와 함께 무대에 서는 코미디언들의 유머에 녹아있다.
김씨는 4시간을 기다려야 3분 가량 재능을 선보일 수 있는 아마추어 오디션에 10회나 도전한 끝에 쇼의 말단격인 사회자 자리를 얻었다.
한인 바비 이, 티나 김, 낸시 이씨 등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래프 팩토리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바비 이씨의 경우 ‘Mad TV’란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얼굴이 많이 알려졌다.
김씨는 아시안 코미디쇼에 대해 “미국인들은 농담을 웃음으로 받아들이는 만큼 아시안의 이미지 제고에 기여한다는 식으로 심각하게 접근할 필요는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도 “아시안 코미디를 보는 미국인들이 아시안을 이해하는 폭은 좀 넓어지지 않겠냐”며 조심스레 긍정적인 면도 인정했다.
김씨의 ‘배고픈’ 언더그라운드 생활의 발판인 아시안 쇼는 17일로 2주년을 맡는다. 실력 있는 아마추어 코미디언들 스타로 키워내는 역할을 해 온 래프 팩토리에는 아시안 외에도 흑인과 히스패닉을 주제로 한 코미디 쇼도 이미 20년 가까이 열리고 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