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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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의 벗’과 봉사자들

2003-12-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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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시각]

▶ 한범종 기자


지난 6일 서니베일의 대성장로교회 본당 입구 복도에서 작은 미술 전시회가 열렸다. 보통 유화보다는 훨씬 작은 크기의 캔버스에 추상적 분위기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둘러보는 관객들에게 말로 표현하기 힘든 느낌을 준 이 작품들은 심신 장애우들이 그린 것들이었다.

‘장애우의 벗’이란 단체는 뇌성마비나 정신박약, 발달장애, 간질, 그리고 자폐증 등 심신장애 자녀를 가진 부모들의 모임이다. 지난해 초 이 단체의 세미나를 취재했을 때, 모임에 모인 부모들의 얼굴에서 남다른 그늘을 볼 수 있었다. 모임의 사진을 찍는 것도 조심스러워, 일부 회원들은 자신의 모습이 신문에 나오는 것을 꺼리기도 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올해 12월, ‘장애우의 벗’은 여늬 단체보다도 웃음과 활기가 넘치는 가족들로 변해 있었다. 기자가 조심스럽게 “사진 찍어도 좋으냐”고 물었을 때 모두가 자녀들과 함께 작품 앞에서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해주었다.


한국과는 달리 장애아 자녀를 가진 것이 미국에서는 전혀 부끄러울 것이 없다. 일부 회원들은 한국에서 느꼈던 타인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미국으로 이민왔다고 한다.
이 단체는 ‘장애아’란 명칭 대신에 친구라는 뜻의 ‘장애우(友)’란 이름을 쓰고 있다. 또 이들을 돕는 자원봉사자들이 모여들면서 자연스럽게 ‘장애우의 벗’이란 정감있는 단체명을 갖게 되었다.

장애우를 가진 부모와 일반인들이 함께 마음을 열어 서로를 위로하고 도울 수 있는 길을 찾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특히 ‘빛과 소금’이란 중창단이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를 때 따라 부르는 장애우들의 목소리가 알아듣기 힘든 발음이었지만, 그 어떤 음악회에서도 느낄 수 없는 감동이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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