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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연맹’퇴출 임박

2003-12-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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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태권도계 이미지 타격 우려

▶ 美 올림픽위, 이상철 회장의 개선안 부결 시켜

HSPACE=5

미 올림픽위원회(USOC)로부터 퇴출 위기에 내몰렸던 미 태권도연맹(USTU)의 구명노력이 무위로 돌아갔다.
미 올림픽위원회는 태권도연맹(회장 이상철)이 제출한 자체 개선안(Remediation Pla n)을 지난 3일 부결시켰다. 이에따라 USOC는 연내에 집행위원회를 열어 퇴출을 공식 의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USTU의 퇴출이 결정되면 USOC가 5-7인의 태스크 포스를 구성, 향후 태권도연맹의 조직과 운영을 총괄하게 된다. 또 USOC로부터 인준받는 새로운 태권도 단체가 나오기 전에는 내년 아테네 올림픽 대표팀 선발도 직접 관장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 사범들이 주도해온 USTU가 재정 문제등 불명예스런 일로 퇴출 직전 단계까지 이름에 따라 미 태권도연맹의 망신이라는 의미를 넘어 종주국 한국 태권도계의 이미지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USOC에는 하계 28개 단체, 동계 7개 단체등 총 35개의 가맹단체(NGB)가 있으며 USTU는 98년말 정식 가입됐다. 미 올림픽위원회 산하 가맹단체가 퇴출되는 일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앞서 USOC는 단증 발급문제, 회장 임기제한 철폐, 불투명한 회계처리 등을 이유로 지난 9월부터 ▲이 회장과 김 기홍 재무총장 즉각 사퇴 ▲올림픽위 직영계획을 통보했으나 태권도연맹 집행위원회가 이를 거부하자 10월18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퇴출을 결의했다.
이에 맞서 이상철 회장측은 한국계 지도부에 대한‘인종차별’로 반격하면서 11월1일 시카고에서 대책회의를 열어 소송 의사를 밝히는 등 정면 대응에 나섰으나 USOC의 공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따라서 이 회장이 내년 8월까지 직위를 유지하되 모든 권한을 USOC의 태스크 포스에 넘긴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선안을 제출, 중재를 시도했으나 이마저 3일 거절당했다.
미 올림픽위원회 상임위원과 USTU 2대 회장을 지낸 양동자 세계체육학회장(하워드대 교수)은“현재 USTU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상철 회장의 즉각 사퇴밖에는 없다”고 주장한 후“퇴출이 최종 결정되면 USOC 헌장에 기초, 5-7인 특별운영위원회가 구성돼 전권을 갖고 USTU를 총괄하게 될 것”이라고 향후 일정을 예상했다.
양 회장은 이어“각 주의 태권도협회도 태스크 포스의 지시에 따라 지도부 구성등 새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권도연맹의 퇴출이 확실시됨에 따라 미국내 각급 태권도 단체들에서는 USOC를 상대로 NGB 단체로의 승인 운동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USOC와 물밑 접촉을 시도중인 단체는 미국인 사범들이 주도하는 AAU, 오하이오주 한인 사범들, 현 USTU내 미국인 사범들 등 크게 세 갈래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함께 USTU 산하인 각 주 단위 태권도협회들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이와관련 워싱턴 지역 태권도 사범들은 6일 저녁 한성옥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현 퇴출사태와 대처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버지니아태권도협회(회장 한광수)가 마련한 이날 모임에는 태권도 원로인 이준구 사범, 양동자 세계 체육학회장, 박차석 팬암태권도연맹 회장, 박찬학, 이현곤 사범등20명 가까운 사범들이 참석, 머리를 맞댔다.
사범들은 먼저 이번 사태의 책임이 이상철 회장등 현 USTU 집행부에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한 후 태권도계의 전면적 혁신을 촉구했다.
이준구 사범은“회장 임기 제한을 없앤 건 명백한 불법행위”라며“이상철 회장을 지지했던 분들도 이젠 밀어선 안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 사범은 또“한두 사람의 잘못으로 태권도가 무너지진 않는다”며 비관론에 쐐기를 박은 후“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고 말했다.
박차석 팬암연맹 회장은 “이 기회에 미 태권도 연맹이 다시 정립돼야 한다”며“후세들에 부끄럼없는 태권도인으로 거듭나자”고 강조했다.
양동자 세계체육학회 회장은 태권도 대회 심판 부정, 단증 발급 문제, 조직폭력배 유착,등 언론에 보도된 한국 태권도계의 부패상을 열거한 뒤 “이러한 패망적 행위를 뜻있는 태권도인들이 나서 고치고 혁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한광수 회장은 버지니아협회의 거취와 관련“USTU가 퇴출되면 따라가지 않고 USOC가 승인하는 새 공신력있는 단체를 따를 것”이라면서“13일로 예정된 버지니아주 총회는 예정대로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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