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더불어 사는 삶

2003-12-06 (토)
크게 작게

▶ [기자의 시각]

▶ 김미경 기자


캘리포니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레드 우드(Red wood)는 그 크기에 비해 뿌리의 깊이나 넓이는 형편없다.
육중한 몸을 지탱하기에 역부족인 뿌리를 가진 나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높이를 자랑하며 100피트 이상의 잎사귀 까지 수분과 영양분을 빨아올리는 힘을 가지고 있다.
모진 비바람에도 꾸준히 버티고 삶을 지탱하는 그들만의 독특한 방식은 바로 더불어 사는 지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레드 우드는 무리를 지어 성장하며 서로의 뿌리를 단단히 엮어 공생하는 집단을 이룬다.
한 곳에 5-6그루의 나무가 서로를 붙들고 있는 셈이다.
약한 뿌리의 결점을 협심으로 극복한 자연의 숭고한 섭리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12월은 자연의 섭리와 소외된 사람들을 돌아보게 하는 달이다. 성탄의 메시지가 온 누리에 울려 퍼지고 자선 단체의 발걸음이 빨라지는 시기이다. 작고 힘없는 손이지만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힘이 되는 따뜻함을 나누는 계절이다. 화려한 샤핑 센터 후미진 곳에 집 없는 사람의 긴 그림자도 챙겨봐야 하지 않겠는가?
이민 100주년을 맞이한 한인사회로서 이제 우리의 한계를 넘어 이웃과 다른 커뮤니티와 함께 더불어 사는 지혜를 보여줄 때이다.
우리 끼리만이 아니라 다민족 문화로 이루어진 미국사회에 당당히 한 몫을 하는 한인 사회로 발돋움 해야한다. 이민 100주년이라 함은 독자적인 행보에서 융합과 조화를 이루는 종합적 역사의 발전을 말함이다.
돈만 아는 이민자라는 오명을 벗고 진정한 협력자이며 함께 하는 이웃이라는 깨우침을 가슴으로 전해 주어야 한다. 그것은 제 2의 L.A 4.29 같은 폭동을 예방하리라 본다. 이곳에 정착한 사람들이라면 동족뿐만 아니라
타민족의 소외된 사람들과의 나눔도 중요한 몫이다.

한인 단체들의 행사가 우리끼리 주고받기 식의 경계선을 허물고 타 커뮤니티와의 교류에 물꼬를 터 주길 바라는 마음은 기자만의 생각이 아니라고 본다.
헌혈이나 양로원 방문 등의 봉사 활동은 한인사회의 위상과 직결된다. 미국사회에 한 커뮤니티로서 봉사하고 참여하는 공감대 형성은 우리의 입지 강화는 물론이거니와 이 땅에 사는 주인으로서 참여의식의 발로이다.
보다 크게 포용하는 한인사회와 더 이상 남의 땅이 아닌 이곳의 소외된 이웃을 감싸안고 살펴보는 것이 진정한 자선의 손길일 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