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포는 본국정부에 과연 어떤 존재인가.
최근 본국정부가 해외동포에 보이는 거부정서를 보면서 새삼 해보는 자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좁은 마음으로 문을 닫아걸고 자꾸 안으로만 집착하는 자폐증상과 다르지 않다.
가수 유승준에 대한 입국거부만 해도 그렇다. 그가 어릴 때 부모를 따라 이민을 오면서 나중에 한국서 가수가 되어 살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냥 미국서 살다보니 병역혜택을 받았고, 가수로서의 남다른 재능을 보여 한국에서 활동을 하게 된 것이다.
그가 ‘병역의무’에 대한 자신의 공언을 번복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것은 본국인들에게 매우 이기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은 그것이 얼마나 절박한 선택인지 안다.
‘미국에 이민 가 군대도 안가면서 돈과 명예는 한국에서 취한다? 그러면 본국에 있는 우리는 뭔가’ 한국정부는 본국 청년들의 이런 감정을 고려했다고 한다.
병역의 의무에 대한 한국의 정서를 감안하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고 유승준의 한국입국을 거부하고, 더 나아가 병역법을 개정해 징집대상 연령에 있는 모든 해외동포 젊은이들의 국내활동을 사실상 원천봉쇄한 것은 ‘소탐대실’이다.
문제는 제도를 악용하는 본국인들에게 있지, 국내 활동을 원하는 선의의 해외동포 젊은이들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해외에서 배운 것을 한국에서 활용하는 국가의 자산이면 자산이지 결코 병역기피자로 내 몰 일은 아니다.
재외동포법이 폐기될 위기에 처한 것도 해외동포에 대한 거부 정서에서 비롯된다. 당초 재외동포법은 해외동포들이 본국에 거주하는 동안 내국인과 동등한 법적 지위를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다.
그 법이 재외동포 적용범위를 ‘1948년 정부수립 이후 해외에 이주한 자’로 한정하고 있는 이유로 헌법불일치 판결을 받아 올해 말에 폐기되는 것이다. 재외동포의 대상을 확대하라는 사법부의 판단은 지극히 합당하다.
그럼에도 2년이 지나도록 정부와 국회가 그 법의 개정을 마무리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재외동포의 대상을 확대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에 사는 동포들이 대거 몰려올 것이고, 그래서 어떻게든 범위를 좁혀보자고 미적미적하란 탓이다.
이 법이 폐지되면 국내에 체류하는 재외동포가 그동안 받던 혜택은 사라지고 외국인과 똑같은 취급을 받게된다. 그런데도 본국정부와 국회는 서두르는 기색이 없다. 노무현대통령이 방미 때 큰소리친 ‘재외동포법 존속’ 약속도 결국 ‘립 서비스’가 되고 말았다.
해외동포에 대한 본국정부의 거부반응은 중국동포 강제추방 조치에서 절정을 이룬다. 그들은 모국에서 재외동포법의 혜택도 못 받고 불법체류자 신세가 되어 고생하다 피눈물 흘리며 살던 곳으로 쫓겨가고 있다.
이 모두 한국정부의 해외동포에 대한 인식이 ‘귀찮은 존재’에 머물러 있는데 따라 초래되는 현상이다. ‘한국을 떠났으면 그만이지 왜 자꾸 성가시게 하느냐’는 심리가 없고서야 그럴 수는 없는 것이다.
본국정부가 해외동포를 생각하는 수준이 그 정도라면 정말 큰일이다. 한민족이 국제사회에서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본국정부와 해외동포가 합심해서 밀어주고 끌어주어도 쉽지 않다.
본국사람들의 해외동포에 대한 인식 전환이 시급한 이유는 그래서 절실하다. 해외동포는 본국의 소중한 자산이지 결코 귀찮은 존재가 아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활동 중인 수많은 한인들의 힘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든든한 힘이 되면 되지 결코 부담이 될 수는 없다.
해외동포들이 국내에 송금하는 돈만도 매년 50억달러를 넘는다. 이는 외국인 투자액의 50%를 훨씬 넘는 금액이다.
본국정부는 해외동포들이 자리잡고 잘살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어떻게든 자국민들을 해외에 많이 나가 살도록 해야 한다.
그 대가는 훗날 본국을 뒷받침하는 엄청난 힘으로 되돌려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