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분에 핫도그 25개, 버팔로윙 134개 꿀꺽
▶ 올해 4개 ‘먹기 대회’ 1위 이선경씨
그녀에게 한끼 식사란 이런 것이다. 12분만에 핫도그 25개를 먹어치우고 아니면 칠면조 요리 7 접시를 해치운다. 여기다 디저트로 반 접시를 더 비운다.
그의 식성은 살과의 전쟁이란 이 시대의 육체적 담론을 가볍게 조롱한다. 이 무모한 대식가를 떠올리면 백금녀란 왕년의 코미디언이 생각나겠지만 빗나간 추측이다.
신장 5피트 5인치, 몸무게 100파운드. 소냐 토마스씨(36, 한국명 이선경)의 몸은 유쾌하다. 이 가냘픈 여자가 올해 먹자판에 혜성처럼 나타나 거구의 남성 참가자들과 겨뤄 4개 대회에서 우승하고 세계 여성 신기록도 3개나 갈아치웠다.
“원래 잘 먹어요. 많이 먹고 소화도 잘되고… 내가 어느 정도 먹을 수 있을까 궁금해서 나가봤어요.”
그가 누가 빨리, 많이 먹나를 겨루는 먹기 대회에 출전한 이유는 또 하나 있다.
“전 승부욕이 강해요. 대회라는 건 경쟁자가 있어 짜릿해요. 승부에서 이기는 맛, 그 유혹이 날 불러냈어요.”
이 신성의 첫 도전은 7월4일 뉴욕주의 코니 아일랜드에서 열린 핫도그 먹기 대회. 12분 동안 25개의 핫도그를 먹어치워 이 부문 여자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이 대회에서 강력한 도전자로 꼽히던 전 시카고 베어스 미식축구 선수 윌리엄 페리는 4개도 채 먹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처음 대회에 나갔을 때 남성 참가자들이 제 체격을 보더니 비웃었더라고요. 나보다 400파운드나 더 무거운 남자보다 많이 먹자 모두 놀라더라고요.”
그의 경이적 행진은 이어진다. 8월9일 위스콘신주 세이무어에서의 두꺼운 햄버거 많이 먹기 대회 우승, 8월30일 뉴욕주 버팔로에서는 12분 동안 134개의 버팔로 윙을 해치워 기록을 세웠다.
9월13일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는 6분여동안 삶은 달걀 65개를 없앴다.
16일 뉴욕 타코스 먹기대회 우승, 10월3일 미시시피주 바비큐 샌드위치 대회 우승, 추수감사절인 11월26일 뉴욕 맨해턴 칠면조 빨리 먹기대회 챔피언.
5개월동안 닥치는 대로 먹어치웠다. 아니 먹기보다 구겨넣는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게다. 스타일 구겨지는 건 기본이고.
우승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냥 적당히 씹어서 빨리 삼키면 돼요.”
이 별난 여자의 삶은 먹기 대회 이전에는 세상에 잘 포착되지 않았다. 누가 그 여자를 주목하지도 않았다.
전북의 항도 군산에서 나고 자랐다. 2남2녀중 셋째. 평범한 아이였다. 고교를 마치고 모 재벌기업에서 7년을 일하며 야간대학을 다녔다. 전공은 호텔관광학.
모 호텔 취업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그의 인생은 180도 유턴했다. 97년 1월, 결혼과 함께 도미했다.
“원래 특이한 걸 좋아해요. 국제결혼한 것도 그래서예요.”
버지니아 알렉산드리아에 거주하며 얼마 전까지 앤드류 공군기지에서 패스트푸드 매니저로 근무했다. 지금은 패스트푸드점을 개업할까 아니면 다른 직장을 찾을까 고민중이다.
먹기대회 챔피언답게 그의 평소 식사법은 특이하다. “자주 안 먹어요. 하루 한끼만 먹어요. 한꺼번에 왕창 먹는 거지요.”
그래도 살이 안찐다니 타고난 행복 체질인 셈이다. 소냐씨가 몸매 가꾸기를 위해 가장 비중을 두는 건 운동.
“많이 먹으면 누구든 무리가 와요. 자기 컨트롤을 잘 해야 되요. 몸매 유지에는 유산소 운동이 최고인데 칼로리를 소비하기 위해 러닝머신에서 많이 달려요.”
먹기대회 우승 행진 후 그이의 삶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TV 쇼에서 게스트 초청과 언론 인터뷰가 변화상의 전부다.
수입면에서도 나아진 건 없다. 대회에서 우승해도 상금보다는 주로 1년 공짜 음식쿠폰이 전부다. 그래서 앞으로는 상금있는 대회만 출전할 생각이다.
그가 첫손으로 꼽는 라이벌은 일본인 고바야시(25). 약 65킬로그램의 몸으로 올해 주요 대회를 휩쓴 괴력의 소유자다. 버팔로 대회에서도 위스콘신의 햄버거 대회에서도 고바야시에 고배를 마셨다.
그게 속상해 곧 내년도 대회를 위한 연습에 돌입할 계획이다. “제 약점이 뭔지 아세요. 먹기대회는 속도싸움인데 제가 느려요. 그래서 1분에 핫도그 5개를 먹을 수 있게끔 연습하려고 그래요.”
그의 꿈은 간단하다. 고바야시를 누르고 우승하는 것, 먹는 즐거움이 계속되는 것.
<이종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