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동포 추위녹일 ‘사랑 담은 겨울옷’
2003-12-04 (목)
미주 한인이 시가 50만달러 상당의 의류를 북한동포에게 기증한다. 연말에 훈훈한 동포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주인공은 태백사를 운영하던 신태순 사장(62).
그는 “3대를 이어오던 가업인 봉제를 정리하면서 보람있는 일을 찾다가 추운 겨울을 맞은 북녘 동포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의류를 보내기로 했다”고 한다.
그가 지난 주말 대북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는 두레선교회 미주본부에 기증한 의류는 4,000벌. 실, 단추 등 북한에서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 부자재들도 함께 보냈다. 도매가로는 16만달러라지만 소매가로 따지면 50만달러 정도가 된다.
신 사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자바 등에서 봉제업을 하고 있는 지인들에게도 협조를 요청, 재활용이 가능한 옷감 등을 따로 모아 북한에 보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에서는 손바닥만한 옷감들을 모아 장갑도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어려운 동포를 돕는 일에 한인들도 적극 동참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부친이 50년, 자신이 40년, 딸이 10여년 등 온 가족이 의류제조업에만 매달린지 100년이 넘는다는 신 사장이 이번 일을 결심하는데는 15년 전 우연히 접한 두레선교회 김진홍 목사의 설교테이프의 영향이 컸다. 비록 신앙인은 아니었지만 자신과 동갑인 김 목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삶의 지혜를 깨닫게 만들었다고 한다.
허리디스크로 수술을 받아 몸이 불편한 신씨는 “서울에서 사업을 하다가 여러 번 실패를 맛본 뒤 280달러를 들고 1984년 이민와 정말 열심히 살았다”며 “비록 부친 때부터 이어온 사업을 중단했지만 몇 년 뒤 다시 시작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딸 재키씨는 “아버지는 오랫동안 봉제업에 종사하면서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일했었다”며 “그러나 여러 여건이 힘들어진데다 시장질서가 흐트러진데 큰 회의를 갖게 됐다”고 전했다. 두레선교회 관계자는 “신씨가 기증한 의류와 다른 지원품을 모아 이달중 북한 나진항으로 보낼 것”이라며 “물건들이 북한에 도착하면 현지에서 재가공해 주민들에게 나눠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인사회의 작은 지원은 북한에 큰 도움이 된다”며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활동에 한인사회가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