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시 행정부는 최근 세계무역기구(WTO)의 위법판정을 받은 외국산 철강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조치를 철회한다고 4일 발표한다.
부시 행정부는 작년 3월 이후 세이프가드를 실시하는 동안 미국 철강업계가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준비가 됐으므로, 이 보호조치의 목표가 달성됐기 때문에 이를 철회한다는 입장을 밝힌다고 뉴욕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WTO는 지난달 10일 한국·일본·중국·유럽연합(EU) 등이 공동으로 미국의 철강 세이프가드가 협정 위배라고 제소한 데 대해, 제소국들의 입장을 대부분 수용한다는 최종 판정을 내렸다.
그 후 EU와 일본 등이 미국에 대해 약 23억달러 상당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하자, 부시 행정부는 이 같은 무역분쟁이 내년 대통령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이를 철회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그러나 지난 20개월간 계속돼온 세이프가드를 철회하는 대신, 특정 국가로부터의 철강 수입이 급증할 경우 긴급 관세를 부과한다는 약속으로 미국 내 철강업계를 달랠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은 또 관세 철회로 피해를 입게 되는 미국 내 업체들에 대해서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연금 및 의료비 부담을 지원하는 방안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작년 3월 유럽, 아시아, 남미 등지에서 수입되는 대부분의 철강제품에 대해 3년간 8~30%의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본국 철강업계는 이번 결정으로 본국의 대미(對美) 철강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미 철강수출은 2001년 230만7000t(금액기준 11억1900만달러)이었으나 세이프가드가 내려진 지난해 175만5000t(8억7400만달러)으로 23.9% 감소했다. 올 들어서도 9월까지 102만5000t(5억7800만달러)으로 19.2% 줄어들었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로 동부제강, 연합철강, 세아제강 등 한국 철강업체의 대미수출이 연간 1억7000만~1억8000만달러 감소했다”면서 “이번 조치로 내년 대미수출은 올해보다 20%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인선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