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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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현과 언론

2003-11-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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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시각]

▶ 이정훈 기자


김병현 선수가 기자 폭행사건으로 3볼 노 스트라이크의 위기에 몰렸다. 그렇지 않아도 불경스러운 제스쳐건으로 핀치에 몰려있는 김병현은 최근 또 다시 기자를 폭행,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본인은 물론 극구 부인하고 있으나 폭행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김병현은 형사처분은 물론, 메이저리그 선수생활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병현은 8일 경찰에 출두, 폭행 사실을 부인하고 사과해야할 사람은 오히려 기자측이라며 홈페이지를 통해 언론을 강하게 성토했다. 김병현은 자신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자비하게 기사를 싣고 있는 언론을 비난하고 자신의 잘못이라곤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 등, 언론 플레이를 잘 하지 못한 죄일뿐 언론에 그처럼 질타 당할 만큼 도의적으로나 인격적으로 결함 있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항변했다.

김병현의 해명의 초점은 결국 자신이 공인이기에 앞서 자신이 자신의 의지대로 살 권한이 있음을 존중해 달라는 것이었다. 피상적으로 사람을 판단할 것이 아니라 때로는 본의 아니게 실수도 할 수 있다는 점등 모든 정황을 종합적으로 사리 있게 판단하여 보도해 달라는 요구였다.
그러나 구구절절 해명한다는 김병현의 해명문을 읽어보면 김병현이 아직도 공인 김병현과 안방에서의 김병현을 구별 못하는 황당함이 느껴져 온다. 즉 김병현은 아직도 순간 순간의 감정에 의해 좌우될 뿐 아직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 지를 판단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김병현이 주장한 기자들의 횡포, 언론의 부당함은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정도(正道)에 서야할 언론이 그동안 언론 폭력으로 비화, 객관적인 사실보도보다는 주관적 감정으로 누구누구 죽이기식에 앞장서 왔던 것도 인정하며, 일부 스포츠 기자들의 과격한 보도가 순수하게 운동에 전념해야 할 선수들에게 큰 상처를 입혀 온 것도 인정하지 않는 바도 아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는 사람은 김병현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김병현은 분명히 사실을 왜곡시키고 있다.

김병현은 보스턴시절이 무척 어려웠다고 했다. 부상에도 불구 이를 악물고 팬과 구단을 위해 희생했다고 했다. 막판 감독이 자신을 믿지 못하고 강판시키자 배심감에서… 그동안의 상처가 도져 마지막에는 결국 경기에 임하지 못하고 손가락 제스쳐 사건까지 터졌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분명 석연치 않은 변명이다. 매사에 자기 주장이 확실한 김병현이 왜 부상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않고 주위의 시선에 끌려다녔나. 부상상태에서 경기에 임하는 것이 얼마나 팀에 치명적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나? 김병현은 결국 팀과 팬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적을 위해 이기주의 행동을 한 것이 드러나고 있을 뿐이다.
물론 여기서 새삼 김병현의 잘못을 다시 상기시키고 싶지는 않다. 기자 구타 사건을 구태여 비난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다만 자기 의지대로 살 권한이 있는 인간으로서의 해명이 너무 유치해서 하는 소리이다.
아무튼 김병현은 풀카운트의 위기에서 언론을 향해 비장한 승부구를 날렸다. 이것이 사구(死球)로 끝날지 통쾌한 삼진아웃으로 끝날지는 두고볼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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