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첫 발을 내 딛으며

2003-11-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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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 창]

▶ 박성희<컨설턴트>


요즘 나는 하루 하루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다. 덜덜 거리고 올라갈 때의 두려움과 초조함, 그리고 나서 공중 낙하할 때의 아찔함, 다시 한번 레일로 올라갈 때의 그 상쾌함. 그 짜릿함과 스릴을 마음껏 누리며 지내고 있다.
11월 15일은 우리 트라이벨리 한인 학부모 협회 첫 기금 모금의 밤이다. 사실 우리의 일년간의 활동을 정산하는 시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또한 우리 협회가 한인 사회에 얼마나 인식 되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작년 이맘때 이곳 Pleasanton에 사는 엄마들이 한달에 한번 모여 교육정보 교환도 하고 서로 도움이 되자는 취지에서 작은 모임을 만들었다.

나는 이 모임에서 젊은 엄마들의 자녀교육 열정에 감탄하면서 나의 교육 가치관의 전환점이 되는 계기도 되었다. 그후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면서 또 Pleasanton School District에서 봉사를 하면서 우리들의 만남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달았고 주위에서 단합된 한국인의 모습이 필요하다는 조언에 이 작은 모임이 Tri-Valley한인 학부모회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물론 이 변화에는 찬반이 있었으나 많은 부모들의 공통적인 관심사가 주축이 되어 시작한 단체인 만큼 잘하자는 의지들이 높았다.

이일을 시작한 후로는 우리 옛말처럼 사람은 죽을때까지 배워야 한다는 말을 절실하게 느끼면서 한걸음 한걸음이 조심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젊은 엄마들의 열정은 나에게 무서운 힘이되었고 십년 전의 나의 모습과 비교를 하여보니 그 당시 나의 모습이 매우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들의 당당하고 알차고 자신감들이 넘치는 모습과 적제 적소에서 발휘되는 각자의 재능에 놀라며 한편으로는 이렇게 숨은 인재들이 그냥 묻혀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한편 우리의 모임은 한발자국 나아가서 회의장소를 음식점에서 도서관으로 옮기는 발전을 하게되었다. 이런 장족의 발전을 과시라도 하듯 지난 6월에는 이름하여 총회를 가졌으며 비영리단체로 등록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조그마한 일들 하나 하나가 모두 나에게는 신생아를 키우는 듯한 기쁨을 주었으며 그 아기가 첫발을 내드뎠을 때 감격해했던 엄마의 심정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였다. 큰일이라면 큰일이지만 대수럽지않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나에게 이런 큰 기쁨을 주는 것을 보며서 서로 돕고 나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그 즐거움과 뿌듯함에 나의 본업은 거의 뒷전이다. 그러나 나는 앞으로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이 많음을 잘 알고 있다. 비록 우리가 높은 산에 부딪히더라도 우리는 지금껏 하여온것 처럼 한 걸음 한걸음씩 나아갈 것이고 그러다 보면 십년후의 우리는 아마도 뜀박질을 하고 있지 않을까? 이제 나는 우리의 이 모임이 우리 2세들의 미래의 멋진 주역이 되는데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당당하고 활기차게 살아가는 우리의 희망찬 앞날을 그려보며 오는 토요일에 있을 기금 만찬이 성공하길 믿는다. 그리고 이 모임을 위해 격려와 후원을 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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