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르고뉴(Bourgone) 포도주

2003-09-1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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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블리 외에 기억할만한 백포도주로는 꼬뜨 드 본 지역의 코르통-샤를마뉴(Corton-Charlemagne), 메르소(Meursault), 풀리니-몽라셰(Puligny-Montrachet), 샤사니-몽라셰(Chassagne-Montrache) 등이 있다. 이 중 코르통-샤를마뉴는 알록스-코르통 빌리지에서 출시되는 그랑 크루로, 부르고뉴 전체 그랑 크루 와인 생산량의 50%를 차지한다.

적포도주는 주로 꼬뜨 도르 지방, 특히 그 중에서도 꼬뜨 드 뉘 지역에서 생산되는게 유명한데, 세상에서 가장 비싼 와인으로 꼽히는 로마네-콩티(Romanee-Conti)가 그랑 크루 중 가장 유명하고,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난 와인으로는 샹볼-무지니(Chambolle-Musigny), 쥬브레-샹베르텡(Gevrey-Chambertin) 등이 꼽힌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딸리는 부르고뉴 와인은 전반적으로 가격이 매우 비싸다. 로마네-콩티 포도원서 출시된 1996년산 매그넘 5병은 2000년 뉴욕에서 열린 경매에서 5만1,750 달러에 판매된바 있다.


부르고뉴 와인을 처음 시도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백포도주는 샤블리, 풀리니-몽라셰, 샤사니-몽라셰를 마셔볼 것을 권하고 싶고, 적포도주는 샹볼-무지니와 쥬브레-샹베르텡을 마셔볼 것을 권하고 싶다.

특별히 날씨가 해마다 들쑥날쑥한 부르고뉴 와인을 구입할 때는 빈티지가 중요하다, 백포도주는 1995, 1996, 1997, 1998, 1999, 2000년이 좋은 빈티지로 그 중에서도 1996년이 최고의 해로 꼽히며, 적포도주는 1995, 1996, 1998, 1999년이 좋은 빈티지이고, 1996년과 1999년이 최고의 해로 꼽힌다.


프랑스 동남부 위치 주요 와이너리 1천개 넘어
열악한 기후불구 뛰어난 양조술로 최상급 생산


지난 주 친구들과 함께 놀러간 곳에서 와인바에 들려서 테이스팅을 할 기회가 있었다. 포도 품종에 따라, 혹은 생산 지역에 따라, 서너가지 와인을 한 묶음으로한 수십가지의 테이스팅 플라잇 중에서 나는 브루고뉴 와인을 맛보기로 했다. 1994년, 1996년, 1998년산의 각기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부르고뉴 적포도주를 마시면서 같은 품종으로 빚은 포도주가 이렇게 맛이 다를 수가 있다는 점에 감탄을 했다.

영어로 버건디(Burgundy)라고 부르는 부르고뉴는 포도주 생산량이 보르도의 1/3밖에 안 되는데, 꼭 알아야 하는 지역의 구분(appellation)이 110가지가 넘고, 주요 와이너리만도 1천개가 넘는다. 부르고뉴에서 처음 와인을 빚기 시작한 때가 서기 312년으로 1,700년에 달하니, 그 동안 토지 상속에 관한 법률등 행정적인 변화만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부르고뉴는 프랑스의 동남부에 자리하고 있는데, 북쪽으로 샤블리부터 남쪽으로 리옹에 이르기까지를 보통 부르고뉴라고 한다. 이 지역에는 주로 샤도네 백포도주를 생산하는 샤블리, 황금의 언덕으로 불리우며 피노 누아 품종으로 적포도주를 생산하는 꼬뜨 도르(Cote d’Or), 가메이(Gamay) 품종으로 적포도주를 생산하는 보졸레가 모두 부르고뉴 지역에 포함되지만, 통상 보졸레는 부르고뉴 와인에서 제외되어 따로 구분될 때가 많다. 꼬뜨 도르는 꼬뜨 드 본(Beaune)과 꼬뜨 드 뉘(Nuits)로 나뉘는데, 가장 비싼 가격의 와인이 출시되는 곳이기도 하다.

부르고뉴의 와인은 포도가 생산된 빌리지의 이름만 적어놓은 빌리지 와인, 그리고 빌리지 이름과 함께 와이너리의 이름을 함께 적어놓은 프리미에(Premier) 크루, 천혜의 조건을 갖춘 포도밭에서 생산되며 와이너리 이름만 적어놓은 그랑 크루 순으로 나뉘며, 저렴한 빌리지 와인과 가장 비싼 그랑 크루 와인간의 가격 차이가 매우 크다.


부르고뉴에는 9개의 백포도주와 23개의 적포도주 그랑 크루가 있으며 그 중 8개가 꼬뜨 드 본, 그리고 24개가 꼬뜨 드 뉘에 있다.

온화한 기후에 바다를 끼고 시원한 바람이 불며 일조량이 뛰어난 다른 와인 생산지들과는 달리 부르고뉴의 조건은 얼핏 보기에 열악하기 짝이 없다. 가끔 우박이 와서 포도 농사를 다 망쳐놓을 정도로 들쑥날쑥하고, 춥고 스산한 날씨가 보통인데다, 바로 몇발자국만 움직여도 토질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르고뉴는 토양과 포도밭을 이루는 언덕의 방향이 훌륭하고, 엄격하게 제한하는 포도의 수확량, 포도 수확기인 8월, 9월의 풍부한 일조량, 그리고 이 지방의 뛰어난 양조 기법이 최상급의 포도주를 생산하게 하는 요인이다.

부르고뉴의 토양은 석회석과 진흙의 혼합 지층으로 되어있는 북쪽의 샤블리 지방을 제외하고는 지역에 따라, 혹은 그 나뉘어진 지역 내에서도 토양의 차이가 매우 심하다. 가까운 곳의 토양이 갑자기 달라지는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색색가지 찰흙을 겹겹이 쌓아 올린 후 밀어 넘어뜨려서 비스듬하게 된 상태의 땅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조금 쉬워질 수도 있겠다. 그러므로 부르고뉴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것은 포도밭의 위치이다.

보르도와 부르고뉴의 차이는 보르도의 적포도주가 카버네 소비뇽, 카버네 프랑, 멜로, 말벡 등 여러가지 품종을 혼합해서 만든 카버네 블렌드 와인임에 비해, 부르고뉴의 적포도주는 100% 피노 누아로만 빚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부르고뉴 와인을 생각할 때, 백포도주는 샤도네, 적포도주는 피노 누아 품종이 주종임을 기억하면 된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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