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의 마음 - ‘어떤 결혼식’
2003-09-05 (금) 12:00:00
2003년 8월23일이 우리 부부에게 특별한 날로 자리 매김한 사연은 14년이란 세월을 거슬려 올라가야 한다. 14년 전에 큰 딸아이 친구로 우리에게 소개될 때는 고등학생이었던 수경이가 결혼식을 올린 날이다. 시카고의 한 교회에서 치러진 결혼식에 나의 남편이 주례자의 자격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8월 22일 새벽 시카고 행 비행기를 타면서 수경이의 사랑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시 채찍보다 더 따갑게 쏟아졌던 부모님의 반대, 시카고와 필라델피아라는 지역적 환경, 그 어떤 역경과 고난도 극복하고 양가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리게 된 수경이의 끈기와 집념! 진정한 사랑은 3년이란 세월의 유혹도 넉넉히 이겼다.
우리 부부가 2년전에는 필라델피아에 살고 있던 수경이의 피앙새를 만나려고 그곳까지 갔었다. 그리고 수경이 부모의 반대를 전한게 아니라 오히려 축복해 주고 돌아왔다. 대신 변하지 않겠다는 사랑 약속과 함게 예수 잘 믿겠다는 굳은 결의를 담보물로 받아왔다(불신자라는 이유로 반대했음). 그 청년은 우리와의 약속을 잘 지켜 교회 생활도 잘하고 세례도 받았다. 나는 그 청년을 대신하여 수경이 부모님을 설득시켰다.
자식 이기는 부모없다는 통상적인 말이 아닌 영혼 구원에 대한 하나님의 계획과 섭리를 말했다. 수경이 엄마는 세월이 흐르면 변질될 사랑(사랑이 아니라고 우겼지만)이라면서 시간 벌기를 하고 있었다.
주말은 핸드폰 요금이 무료이므로 나는 거의 매 주말마다 수경이에게 전화해서 위로도 하고 다짐도 했다. 그리스도 안이 아니면 결혼도, 사랑도, 아무 소용없는 것이니까 예수 안으로 그 청년을 들어오게 하는 길만이 이 반대를 꺾을 수 있다고. 이제 그 눈물의 세월이 영글어 열매 맺게된 결혼식! 그 결혼식에 주례를 부탁받고 우리는 사양했었다. 출석하는 교회 담임 목사님이 주례를 하는 게 원칙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수경이의 세계적인 고집은 확실한 명분이 있었다.
“최 목사님 만큼 우리를 잘 아는 목사님이 없습니다. 또 최목사님 내외분만큼 우리를 축복해 주실 분이 안 계십니다”
진정한 사랑은 난공불락 같던 그 반대를 물리치고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아버지의 손에 의지하여 신랑을 향하여 점점 가까이 걸어가던 수경! 나는 식장 맨 뒤에서 얼마나 뜨거운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우리 부부는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14년 전의 수경이를 다시 기억해 내면서 새롭게 펼쳐질 수경이의 인생길에 임마누엘의 은총이 늘 함께 하길 소원해 본다.
최 미 화
(아름다운 동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