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데가 와인바 (Bodega Wine Bar)

2003-09-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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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분위기 어느사이‘와인 사랑’

서울을 비롯해 뉴욕, 워싱턴 DC,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포틀랜드 등 여러 대도시에서 와인바가 성업 중이다. 날씨가 맑고 더운 편인 LA에는 와인바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지만, 레스토랑내에 전문적 수준의 와인바를 함께 갖추어놓은 경우는 오히려 다른 곳 보다 많은 듯 하다. 주목할만한 것은 이 와인바들이 평소 와인보다 맥주를 즐기는 젊은 층 고객에게 와인을 소개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젊은이들이 몰리는 패사디나에 문을 연 와인바를 찾아보았다.

패사디나 올드타운 동쪽에 1년전 문을 연 파세오 콜로라도는 1층에 라이브 음악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광장과 타일 벽면이 멋진 분수대, 각종 소매점들이 있고, 2층에는 대규모 극장과 레스토랑들이 들어서 있으며, 그 위로 아파트가 있는 주상복합 단지이다.
보기만 해도 젊은 기분이 물씬 느껴지는 이 곳 2층에 와인바가 있다는 점이 무척 신기했다. 그래서 들러본 ‘보데가 와인바’(Bodega Wine Bar)는 30세의 두 젊은 남성이 함께 운영하는 ‘힙’하고 ‘쿨’한 곳이었다.
그렉 시어즈(Greg Seares)와 제이슨 매켄티(Jason McEntee)는 패사디나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들. 그렉은 광고회사에서 근무하고 제이슨은 닷컴 기업에서 근무하다가 닷컴이 붕괴되고 광고업계가 불황을 맞으면서 의기투합하여 와인바를 내기로 결정하였다.
맥주와 와인을 같이 팔고, 와인을 이용해 다른 맥주바와 차별화하며, 와인에 대한 지식이 모자란 젊은 층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와인 리스트를 구비한 것이 이들의 경영 전략이었다. 실내외 디자인을 모던하면서도 세련되게 하여 멋쟁이 손님을 끌어들이고, 테크노 음악을 틀어서 고객층의 나이를 낮춘 것이 그대로 맞아떨어져서 매일 저녁 보데가 와인바는 발 디딜틈 없이 붐비고 있다.
영화를 보러 왔다가 남는 시간에 찾는 손님도 많지만, 보데가 와인바에 가기 위해 파세오 콜로라도 몰을 찾는 고객도 많이 생겼다.
처음에는 순진하게도 은행에 찾아가서 사업 계획서를 내밀고 융자를 신청하였지만 가는 곳마다 보기좋게 거절당했다고 한다.
결국 그렉과 제이슨은 각자의 부모, 조부모를 비롯, 부모의 친구들, 친구의 친구까지 연락이 닿는 주변 사람들에게 모두 연락하여 30명의 투자자를 유치한 끝에 보데가 와인바를 시작할 수 있었다.
보데가 와인바는 여러 면에서 성공의 요인을 찾을 수 있다. 우선 눈에 띄게 깔끔하고 세련된 외관과 실내 디자인인데, 특히 벽 한 면을 다 차지한 바의 뒷 쪽 아크릴 판에 줄 맞춰 꽂아놓은 와인 병들이 매우 인상적이다. 화장실 또한 아크릴 소재로 독특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곳인데, 수도꼭지가 없는 세면대나, 전등이 없이 촛불로만 실내 내부를 밝혀놓은 점 등이 매우 세련되게 느껴진다.
와인 리스트는 적포도주와 백포도주로 나뉘어 소개되었는데, 모든 와인의 가격이 한 잔에 7달러, 500ml 카라프(Carafe)에 20달러, 750ml 한 병에 30달러로 가격이 동일한 점이 독특하다.
초보자들이 와인을 고를 때 가격에 주로 편중하여 고르는 점을 알고, 초보들도 가격과 상관없이 원하는 와인을 고를 수 있도록 한 배려다. 메뉴에 적힌 각 와인은 출시년도, 포도품종, 생산국가, 그리고 약간 달면서 과일향이 풍부하다는 식의 쉽고 간단한 설명이 따르는데, 이 또한 초보들을 배려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매주 화요일 저녁에는 1인당 15달러에 3~4가지 다른 종류의 와인을 맛볼 수 있는 테이스팅 플라잇을 제공하는데, 와인의 다른 맛을 배우려는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밖에 간단한 병맥주와 생맥주, 정종, 그리고 와인을 이용한 칵테일 메뉴도 포함되어 있으며 앞으로 소주를 이용한 칵테일도 메뉴에 추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피자와 파니니 샌드위치, 샐러드, 디저트를 비롯한 간단한 메뉴도 제공되며, 각종 치즈와 사과, 포도 등 과일이 함께 제공되는 과일을 곁들인 치즈 플레잇이 매우 인기이다.
보데가 와인바는 편안하고 세련된 분위기에서 주눅들지 않고 와인 한 잔 할 수 있는 곳이다. 와인 초보자들이 레스토랑이나 와인바를 찾으면서 느끼는 부담감은 처음에 와인을 고르고, 와인병을 테이블에 가져와서 따고, 잔에 따라서 향과 맛을 보고하는 절차들인데, 보데가 와인바는 이 모든 절차를 생략하였다.
와인을 병으로 시켜도 미리 따서 가져다주고, 와인잔도 마치 유럽의 가정집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자그마한 물잔을 사용한다.
와인은 부담스럽고 비싸다는 선입견을 멋지게 깬 보데가 와인바의 선전을 기대한다.
보데가 와인바의 주소와 전화번호는 260 East Colorado Blvd., #208, Pasadena, CA 91101, (626)793-4300/ www. bodegawinebar.com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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