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클리의 한 후미진 거리 Hearst Ave에서 커피와 막 구어 낸 도넛 그리고 웃음 가득 찬
아침식사가 시작된다. 우연히 버클리에서 불법 노동자들에게 일주일에 삼일 아침을 나누어
주시는’만나 공동체’의 최목사님과 김전도사님과 함께 할 기회가 있었다.
오늘도 누군가가 자신을 선택해서 일거리를 주기를 바라는 맑고 순수한 눈동자의 멕시칸들의 모습이 거리 곳곳에 보인다. 목사님 일행이 아침을 나누어 줄 준비를 마치면 그들은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그들과 함께 목사님이 그 나라 말로 인사와 기도를 나누고 나면 아침 식사가 시작되고 주위에 있던 홈리스들도 함께 한다.
순수한 눈빛을 가졌지만 삶의 고단함을 담은 누런 잿빛의 얼굴... 밝은 웃음 너머엔 싸인 피로로 얼굴이 푸석푸석해 보인다. 그들의 나이도 천차만별이어서 심지어는 열 일곱 살의 소년도 있다. 그 소년은 이제 11학년으로 올라 갈 우리 집 아들 프랜시스와 같은 나이였다.나와 대화를 나누던 수줍음 많은 그 소년의 입술은 고단함과 영양부족으로 까맣게 타 들어가고 터져 있어서 가슴이 아펐다.그 모습은 내게 그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을 느끼게 해주었고 오래 동안 내 안에서 나를 붙잡았다.
홈리스들은 한 달에 푸드스템프(food stamp)를 $200~ $300씩 받아 돈으로 바꿔서 술이나 마약으로 금새 탕진해버리고, 전혀 일에 대한 의욕도 없고 그에 비해 이들은 힘들게 벌어서 한푼이라도 아껴 식구들을 위해 모은 돈을 집에 부친다. 우리 한국인처럼 자존심이 강해서 처음에는 도넛과 커피를 먹으러 쉽게 오지 않다가, 이제는 두 분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을 신뢰하게 되었고 가까이 와서 인사도 나누고, 스페니쉬를 한 두 마디씩 가르쳐 주는 따스한 성격의 사람들이다.
그들과의 아침은 내겐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 경험은 내게 늘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실로 오랜만에 나와 다른 환경의 사람들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게 하였다.
신앙인이라고 자처하고 살면서도 얼마나 난 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이 아닌지를 또 다시 느끼게 해주었다. 아무도 차별하지 않고 친구가 되는 아침식사에서 옛날의 예수님이
지금도 살아 계시고 그들과 함께 하신다는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난 그들에게 커피를 따라 주고 웃음과 짧은 아침인사 몇 마디를 건낼 뿐이지만 오히려
그들은 내게 많은 것을 거저 준 것 같다. 나를 온전히 투신하지 않아도 이 작고 소중한 경험은
내게 큰 기쁨을 주고 나를 들여다 보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내 일상에서 잠시 눈을 바깥으로 돌려보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나의 손길과 관심이 필요하고 나와 관계 맺고 싶어하는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들에게 나누어 줄 아침을 마련하시는 목사님과 전도사님의 기쁨과 확신에 찬 모습 안에서 나는 나눔이란 무엇보다도 이웃을 향한 진정한 사랑에서 먼저 출발하여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그 분들처럼 헌신적인 봉사의 삶을 살지는 못하더라도,우리는 일상의 시간 안에서 기도와 봉사,가진 것을 나눔으로서 참여할 수있지 않을까.
또한 바쁜 삶 안에서도 누군가를 위해 작은 마음을 쓰는 삶이 나와 내 가족을 위해서만 사는 삶보다 얼마나 더 풍요롭게 나를 사람답게 느끼게 해주는 일인지도 이 경험을 통해 다시 느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