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엠프레스 파빌리온 (Empress Pavilion)

2003-07-30 (수)
크게 작게
종류· 맛 다른 딤섬 60가지나

한꺼번에 800명 수용할 수 있는 넓은 실내
싱싱한 생선 즉석에서 잡아 요리해 주기도

중국 북경의 한 식당에 들어갔다가 놀라 뒤로 넘어질 뻔했던 이유? 이게 도대체 식당이야, 서울운동장이야. 대륙사람들의 풍모를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예상을 넘어서도 한참 넘어서는 규모에 기가 질렸던 적이 있다.
운동장 같았던 것은 식당 크기만이 아니었다. 어쩜 그렇게도 남대문 시장처럼 시끌벅적하던지. 정신없는 가운데 대체 음식이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였다.
중국사람들 많이 모여 사는 LA에 이런 대규모의 중국식당 하나 없다면 이상하다. 차이나타운의 엠프레스 파빌리온(Empress Pavilion)은 북경 시내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 만한 규모다. 한꺼번에 800명을 수용할 수 있다니 말 다 했지.
청삼을 곱게 입고 딤섬 카트를 끄는 아가씨들로부터 이연걸을 닮은 웨이터에 이르기까지 종업원 숫자만도 100명 이상. 그 큰 식당이 망하지 않고 성업 중인 걸 보면 음식 맛 또한 검증이 됐다는 얘기가 아닐까. 점심 저녁 바쁜 시간에 가면 죽 늘어선 줄이 엠프레스 파빌리온의 명성을 대신 말해주고 있다.
매일 아침부터 오후까지 서브되는 딤섬 뷔페는 그 유래가 청조 때로 올라가는 중국인들의 조찬. 광동, 상해, 사천, 북경, 홍콩 등 그 넓은 대륙 각 지역 따라 종류와 맛이 다 다른데 엠프레스 파빌리온에서는 여러 지방의 딤섬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자스민 차, 우롱 차와 함께 카트에 끌고 다니는 가지각색의 중국 만두를 선택해서 먹는 맛도 좋지만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라이라.” 소리와 왁자지껄한 분위기 때문에 꼭 중국 대도시의 식당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여러 딤섬 가운데 돼지고기와 새우 살을 넣은 슈마이(Shiu Mai), 새우 살만 넣은 하고우(Har Gow), 넓은 쌀 국수 사이에 새우나 야채를 넣은 라이스 누들(Rice Noodle), 에그 롤은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다. 조갯살과 새우 살을 넣은 딤섬(Scallops and Shrimp Dumpling), 꼭 한인타운 중국 식당에서 먹는 야끼 만두 맛인 딤섬(Pan Fried Pork Pot Stickers), 슈마이와 비슷한 맛의 샥스핀 딤섬(Shark’s Fin Dumplings)도 맛있다. 커다란 연꽃 잎사귀에 쌓아 찐 찰밥(Rtickey Rice in Lotus Leaf)은 안에 뭘 그리 여러 가질 넣었는지 반찬 없이도 주먹밥 몇 개를 뚝딱할 정도다.
중국인들은 다소 보기 역겨운 닭발을 잘도 시켜 먹는다. 우리도 예전에 닭발로 뭘 해먹었던 기억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 징그러워 보이던지. 독자들을 위해 십자가를 지어야 한다는 생각에 몇 번을 시도하다 그만두었다. 궁금하신 분들을 직접 주문해 시식해보실. 에그 커스터드, 망고 푸딩, 아몬드 젤로 등 후식 종류까지 약 60가지나 되는 딤섬은 카트를 끌고 다니는 중국인 여 종업원들이 손님의 선택에 따라 전표에 도장을 찍어준다.
딤섬 말고도 엠프레스 파빌리온에서 즐길 수 있는 요리는 여러 종류다. 껍데기를 발라낸 새우를 볶아 마요네즈 소스에 버무린 후 꿀로 입힌 호두와 함께 내 오는 요리(Sauteed Prawns with Honey Glazed Walnut)는 동서양의 만남이 자연스러웠던 홍콩에서만 발전시킬 수 있었던 요리가 아닐까.
중국요리하면 상징처럼 떠오르는 요리는 북경 오리구이. 원조 북경 오리는 살과 기름이 많은 오리를 쓰지만 홍콩 식은 살과 기름이 별로 없는 오리를 바짝 구워 그 껍질의 고소한 맛을 즐기게 했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중국식 꽃 빵, 호이신 소스, 썬 파를 함께 내온다.
이밖에 살아 움직이는 싱싱한 생선과 가재, 게를 즉석해서 잡아 손님이 원하는 스타일로 요리해 주는 해물 특선도 인기 있다.
살짝 찐 라카드를 간장과 파, 생강, 식초로 만든 담백한 소스에 함께 내 오는 요리는 중국 식당 아니면 맛보기 힘든 진미. 챠우펀과 같은 국수 종류도 가벼운 외식 메뉴로 좋다.
홍콩 배우, 홍금보는 미국에 올 때마다 꼭 엠프레스 파빌리온에 들린다고 하며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액션 스타 성룡(재키 찬)은 러시 아워(Rush Hour)란 영화를 찍을 때 세끼를 모두 이곳에서 먹을 정도로 파빌리온 음식의 열광적 팬이라고.

Tips


▲종류: 중국 요리 ▲오픈 시간: 주7일, 오전 9시-오후 10시까지. ▲가격: 딤섬은 1달러60-4달러20. 메인 디쉬는 5-30달러. 평균 10달러 내외. ▲주차: 밤부 플라자(Bamboo Plaza) 내. 런치는 1시간 Validation, 디너는 1시간 30분 Validation. 초과 30분당 60센트. ▲주소: 988 N. Hill St. Los Angeles, CA 90012 차이나타운의 힐 스트릿 (Hill St.)과 버나드(Bernard)가 만나는 곳에 있는 밤부 플라자(Bamboo Plaza) 내 2층에 있다. ▲예약 전화 (213) 617-9898.

<박지윤 객원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