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일을 잉태하며

2003-07-23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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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울너럭]

▶ 목영수<새크라멘토 엘림 장로교회 목사>


다이아몬드의 근본이 숯검정과 똑같은 탄소 동위체 라는 사실을 알고 나는 얼마나 실망했는지 모른다. 어떤 아침이슬보다도 더 찬란하고 어떤 백합보다도 순결한 그 다이아몬드가 하나의 오래된 숯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분명 실망 적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처럼 귀족적인 다이아몬드의 고향이 실은 천하고 더럽고 검은 숯검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창녀가 백작부인이 된 얼굴을 연상하고, 하루아침에 넝마주이가 벼락부자 가된 거만한 모습을, 그리고 어떤 졸자가 권력자로 둔갑한 변조된 얼굴들을 연상하게 한다.

그러나 진주의 과거는 우리를 신비스러운 생명의 세계로 이끌어 간다. 우리가 아는 것처럼 진주는 병든 굴과 조개에서 생긴다. 어떤 이 물질들이 체내로 침입해 들어왔을 때 굴과 조개는 생명을 지키기 위한 그 싸움 속에서, 그 아픔과 고통 속에서 도리어 값진 하나의 진주 알을 낳는다.
여인의 골반이 으스러지고 자궁이 찢어지는 아픔과 고통을 통해 한 생명이 태어나듯이 진주는 아픔과 고통을 품고 태어난다. 그래서 진주의 고향은 하나의 생명이다. 그리고 그 생명의 아픔이 현란한 빛으로 ‘변신된 기적’이라고 말한다.

이번 모국을 방문하고 느낀 것은 한국인은 지금 삶의 현장에 깊숙이 침입해 들어온 온갖 고뇌의 이 물질(異物質)들과 싸우고 있다는 것이다. IMF 보다 더 아픈 고통의 터널을 통과하고 있다. 새벽을 깨우며 준비하는 아침 시장상인들의 허전한 모습 속에서, 택시 승차 장에 길게 늘어서서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 기사들의 지친 모습에서, 붉은 띠를 이마에 두르고 살아야겠다고 몸부림치는 노동자들의 결렬한 시위 속에서 그들이 지닌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믿는다. 그 고난을 넘어서서 마침내 결정(結晶)된 값진 진주를 손에 들고 환희하며 일어서는 한국인의 새로운 모습을 우리는 상상할 수 있다. 이 불행, 이 시련, 이 두려운 침입들은 진주와 같이 영롱한 빛을 여는 재창조의 과정을 지닌 비밀인 것을….
사람들은 진주를 눈물이라 부른다. ‘그대가 오늘까지 흘려온 눈물은 모두 번득이는 진주가 되어 다시 돌아오리라’ 고 말한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우리 한국인의 모든 아픈 눈물들은 모두 값진 진주가 되어 돌아오리라 기대한다. "눈물로 씨를 뿌린 자는 기쁨으로 단을 거두리로다"(시편1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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