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서억사 비스트로’(Cirxa Bistro)

2003-07-16 (수)
크게 작게

루이지애나식 맛 가미 독특

보헤미안이 즐겨찾는 낭만적 분위기
새로운 케이전 스타일 요리들 푸짐

호머의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키르케(Circe)는 길을 잃은 오디세우스의 장정들을 아름다운 얼굴과 달콤한 노랫소리로 유혹해 돼지로 변하게 만드는 사악한 여신. 서억사 비스트로(Cirxa Bistro)는 바로 오디세이에 나오는 키르케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주인 리처드 케이(Richard Kaye)는 한 때 할리웃에서 단역 배우로도 활약했던 인물. 부친이 운영하던 플로리다의 해산물 레스토랑에서 맛보았던 케이전 요리들은 대를 이어 그의 식당 메뉴에 그대로 포함되었다.
올해로 오픈 한 지 3년째에 접어드는 서억사에는 실버레이크 지역의 보헤미안들이 끊임없이 찾아든다. 산책길에 커피 한 잔과 함께 느즈막한 아침 식사를 즐기러 들린 아가씨, 책 한 권을 들고 와 두세 시간이고 밥을 먹는 건지 책을 읽는 건지 오후의 햇살을 만끽하고 돌아가는 은발의 신사, 저녁 시간 와인 잔을 기울이며 흐느적거리는 재즈 선율에 몸을 맡기는 젊은이들까지.


서억사의 테이블 위에는 크레파스와 하얀 종이가 깔려 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그들은 동심으로 돌아가 그림을 그린다. 손님들이 낙서처럼 그리고 간 그림이 한쪽 벽면을 채우고 있는데 와! 짧은 시간에 그렸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그림들도 있다. 여인의 누드, 꽃과 나비의 그림 가운데는 예술가 수준의 것들도 많다.
벽에는 이 지역 보헤미안 예술가들이 그린 유화가 진열돼 있다. 지붕과 언덕, 집을 오브제로 그린 그림들은 지극히 평범한 이웃이건만 오렌지색과 노랑 등 원색으로 채색돼 파리의 하늘 밑만큼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해준다. 로컬 아티스트들의 작품은 3-4개월마다 바꾸어 진열된다.

차차차(Cha Cha Cha), 할리우드 애틀레틱 클럽 (Hollywood Athletic Club) 등지에서 일한 바 있는 스티븐 맥시(Steven Maxey)는 ‘폴 프루돔므의 루이지애나 요리’ 책을 성경처럼 읽으며 연구에 열심이다.
그는 잠발라야, 크리올, 파에야 등 케이전 푸드의 터치가 가미된 여러 가지 요리를 시도해 선보이는 창조적인 요리사이기도 하다.
프랑스 남부 시골에서 시작된 케이전(Cajun) 음식은 매콤한 맛이 있지만 단순한 조리법의 건강식. 이에 반해 크리올 푸드(Creole Food)는 뉴올리언즈에서 시작됐다.

부잣집에서 요리사로 일하던 흑인들은 주인이 고향으로 떠나고 나면 또 다른 고용주를 만나 새로운 요리를 배웠고 그렇다 보니 전 주인 시절에 배운 프랑스, 스페인, 이태리, 아메리칸 인디안, 아프리카 요리가 모두 뒤섞인 아주 독특한 맛의 세계를 창조하게 된 것. 요즘은 이 두 가지를 합해 루이지애나 요리라 부르기도 한다.
허쉬 퍼피즈(Crispy Cornmeal Hush Puppies)는 옥수수를 갈아 여러 가지 양념을 넣은 후 동그랗게 경단처럼 빚어 튀겨낸 것. 닭 날개 튀김(Hot Chicken Wings)과 함께 영국에서 온 New Castle Brown Ale, 루이지애나에서 가져온 갖가지 맥주들과 찰떡궁합을 이루는 메뉴다. 시금치, 호박, 토마토, 버섯 그리고 세 가지 치즈를 넣어 빚은 왕만두 튀김(Veggie Puff Pastry)은 야채의 자연 풍미가 그대로 전해져 좋았다.
남부 스타일로 튀긴 메기(Southern-Fried Catfish), 바이유 바비큐 새우(Bayou Barbecued Shrimp), 케이전 스타일의 미트로프(Cajun Meatloaf)도 맛깔스럽다.

바이유 바비큐 새우를 시켰더니 맵다고 경고를 주지만 김치로 다져진 사람이 이걸 못 먹겠냐 싶어 용감하게 도전했는데 으악! 맵다. 아주 맵다.
두 개의 딸림 요리를 선택할 수 있는데 케일처럼 넓은 콜라드(Collard Greens) 이파리를 별 양념 없이 볶아낸 것이 꼭 우리네 보름 나물처럼 담백하다. 옥수수 빵(Corn Bread) 역시 버터와 꿀을 발라먹으면 별다른 요리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 주인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검보(Gumbo)는 새우 등 해산물을 오랫동안 고아 소시지와 닭고기 그리고 각종 해산물을 넣은 것인데 글쎄, 포리스트 검프는 좋아했을 것도 같다.
목, 금, 토, 일요일 저녁에는 라이브 재즈 뮤직이 연주된다. 고작 두사람이 연주하지만 그것도 라이브라고 축축 늘어지는 선율이 몸에 착 감겨 온다.

Tips

▲종류: 루이지애나 스타일의 케이전 요리 등 미국 요리
▲오픈 시간: 주7일 모두 오전 11시-오후 10시까지. 금요일과 토요일은 오후 11시까지 한 시간 더 연장 오픈.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모두 즐길 수 있다.
▲가격: 전채와 샐러드는 3-7달러, 아침은 2-8달러. 런치는 6-10달러. 디너는 9-16달러. 딸림 요리는 3달러. 와인 코키지 차지는 5달러로 저렴하다. 오후 4-7시 해피 아워 시간에 맥주 한 피처(12달러)를 시키면 치킨윙과 허쉬퍼피를 무료로 제공한다.
▲주차: 뒤쪽으로 무료 주차장이 있다.
▲주소: 3719 Sunset Bl. Los Angeles CA 90026. 한인타운에서 Sunset Bl.를 타고 동쪽으로 가다보면 Silverlake 지역 Lucille과 Edgecliff 사이에 있다.
▲전화: (323) 663-1048.


<박지윤 객원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