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틴 와이너의 와인 클래스

2003-07-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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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기애애한 분위기속‘와인사랑’

맛의 다른점· 역사 · 제조과정등 배우며
준비해온 포도주 마셔보고 품평회도

마틴 와이너씨를 처음 만난건 약 한달 전 베벌리 힐스의 프라임 립 레스토랑 로리스(Lawrys) 에서였다. 도메인 드루앵(Domaine Drouhin)을 중심으로 한 미국 오리건과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 와인의 테이스팅이 로리스에서 개최된 적이 있었는데, 스무명 남짓한 소규모 인원이 초대된 매우 조촐하면서도 알찬 모임이었다. 마침 스피커에서 차이콥스키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혼잣말 비슷하게 마틴 와이너씨가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이 프랑스 와인과 잘 어울리는지 모르겠다’고 말을 걸어온 것이 우리가 대화를 나누게 된 동기였다. 서로 자기 소개를 하고 명함을 교환하고 보니, 그는 로스앤젤레스 와인 학교를 35년째 운영중이며 캘리포니아 내 여러 대학 및 케이블 TV 방송에 출연하여 와인에 대해 강의한 경력의 소유자였다. 그의 초대로 매주 수요일 저녁 열리는 6주 완성 클래스의 마지막날인 7월9일 클래스에 참석하였다.



센추리시티 샤핑몰 근처에 위치한 그의 아파트에서 저녁 7시 반에 시작된 그 날 시음회의 주제는 샴페인과 포트(Port)였고, 클래스를 위해 준비된 와인은 캘리포니아산 파이퍼 소노마 (Piper Sonoma) 스파클링 와인, 프랑스산 파이퍼 하이드지익(Piper-Heidsieck) 샴페인, 그리고 2000년 킨타 도 크라스토(Quinta do Crasto) 빈티지 포트 이렇게 세가지였다.
출석한 학생의 수는 모두 7명이었는데, 벌써 여러번 와이너씨의 강의를 신청해서 들은 와인에 대해 비교적 많이 아는 학생도 있었고, 이제 처음으로 코스를 마치는 초보자들도 있었다.
와이너씨는 프랑스 샴페인과 미국 스파클링 와인의 맛을 비교해보도록 권하였으며, 왜 맛이 그렇게 다른지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였고, 샴페인의 역사와 만드는 과정에 대해 재미있고 알기 쉽게 설명하여 주었다.
그는 프랑스와 미국 와인의 품질이 가장 차이나는 부분이 바로 이 샴페인이라고 말하였는데, 그의 말대로 이날 비교된 두 샴페인은 같은 파이퍼사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샴페인이 현저하게 더 부드럽고 크리미하며 맛있었다.
샴페인 뒤에 이어진 포트 또한 밸런스가 잘 맞는 훌륭한 포트였는데, 포트의 유래와 만드는 과정, 그리고 여러가지 다른 종류의 포트에 대한 설명이 잔잔한 유머와 함께 이어졌다.
와이너씨는 수십개의 와인잔을 준비해두고 학생들로 하여금 마음에 드는 잔을 세개씩 골라서 사용하도록 하였는데, 몇몇의 학생들은 자신이 사용할 잔들을 직접 집에서 가져온 것이 눈에 띄었다. 학생들은 30대 초반이 가장 많았고, 참석한 7명 중 여성이 두명, 남성이 다섯명이었다. 부부가 함께 참석한 팀도 있었고, 곧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커플도 있었다.
물병과 와인을 따라 버릴 수 있는 보울, 그리고 빵이 모두를 위해 준비되어 있었고, 와이너씨가 직접 만들었다는 키쉬 (Quiche) 또한 제공되었다. 이미 6회의 클래스를 통해 서로 많이 친해진 학생들이 자유롭게 질문하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듯 했다.
클래스의 하이라이트는 모든 순서가 끝난 후 와이너씨와 학생들이 브라운 백에 넣어서 상표가 보이지 않도록 준비해 온 와인을 조금씩 나누어 마시며 알아맞추는 순서였다. 6주간의 클래스를 마치고 마치 기말 시험을 치는 자세로 학생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얻은 지식과 기억을 총 동원하여 와인의 맛을 음미하고, 영(young)한 와인인지 오래 숙성된 와인인지, 어느 지역에서 만들어진 와인인지, 포도의 품종이 무엇인지를 추측하느라 열을 올렸다.
놀라운 것은 학생들이 준비하여 가져온 와인들이 대부분 40달러 이상의 고급 와인들이었으며, 한 사람이 2~3병을 가져온 경우도 있었다. 아르헨티나의 2000년산 보데가스 카로, 이탈리아의 1997년 브루넬로, 보르도의 1962년 생테밀리옹, 미국 소노마의 2001년산 소비뇽 블랑 등이 등장했으며, 반수 이상의 학생들이 포도 품종과 생산 지역을 맞추었고, 오래된 와인인지 아닌지를 맞추는 것은 비교적 수월한 편에 속했다.
특별히 맛있는 와인을 준비해 가져온 사람들에게는 다들 감사의 마음을 표했고, 어디에서 구입하였는지, 가격은 얼마인지 등의 정보를 서로 교환하느라 한병 한병 와인을 마시고 와인의 정체가 밝혀질 때마다 떠들썩한 분위기였다.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들끼리의 모임이라 나이와 성별, 인종 등 모든 것을 뛰어 넘어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좋아보였다.
한인들도 요즘 와인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가고 있는 추세인데, 이렇게 부담스럽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와인을 함께 마시고, 의견을 교환하고, 와인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이너씨의 클래스와 그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정보는www.vintagewineenterprises. com에서 찾을 수 있으며, 6주간의 클래스 수업료는 1인당 245달러이고, 그 외에도 단 한번의 클래스에 225달러의 수업료가 책정된 페트루(Petrus)를 비롯 포메롤 지방의 와인을 시음하는 특별 클래스 등이 제공되고 있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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