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창 업 기 그리스식 레스토랑 양혜란씨

2003-06-1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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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란(미국명 해나)씨는 1년여의 준비기간 끝에 지난 4월 남편과 함께 그리스 레스토랑 ‘율리시스 보이지(Ulysses Voyage·6333 W. 3rd St. 파머스마켓 스톨 750)’를 LA의 유명 샤핑몰 그로브와 연결돼 있는 바로 옆 파머스 마켓 안에 개업했다. 개업 3주만에 기대이상의 10만달러의 매상을 올려 “이젠 좀 마음이 놓인다”는 양혜란씨의 창업 노하우를 들어봤다.

그리스 출신 남편도 식당 매니저 경력 탄탄
파머스 마켓 내에 ‘율리시즈 보이지’오픈
예상밖 공사비용 등 투자자금 50만달러들어
매상 개업 3주만에 10만달러 올려‘안심’

‘율리시스 보이지’는 천막안쪽 위에 붙어있는 히터가 인상적인 패티오 공간이 700스퀘어피트, 아기자기한 바와 벽난로 등으로 장식된 가정집 같은 안락한 분위기의 실내공간이 1,400스퀘어피트. 그리 크다고 할 수는 없는 이 레스토랑을 개업하는데 들어간 비용은 50만달러였다.
당초 예산은 30만달러 미만이었으나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수많은 보험과 공사비용 때문에 예산을 초과했다고 한다. 하지만 LA 샤핑 중심지에 어떤 유명 레스토랑에 비교해도 손색없는 업소를 개업하는 비용치고는 많이 ‘오버’한 것은 아니다. 사업자금은 개인투자가들에게 받았다. 부부 모두 레스토랑 경험이 풍부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확실하고 투명한 비즈니스 계획이 있어 투자 확보에 가장 큰 힘이 됐다.
2년 여전 타운인근 라치몬트 빌리지내의 일식집 ‘캘리포니아 롤 &스시’의 매니저로 일하던 양씨는 바로 옆 레스토랑 ‘르 페티트 그릭’의 매니저였던 현재의 남편 피터 카라바소스를 만났다. 1년의 교제 끝에 결혼한 이 신혼부부는 영국에 있는 남편 친구의 그리스 식당 개업을 도와주려 갔다가 미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리스를 찾았다.
양씨는 남편의 나라 그리스에서 현지문화를 체험하면서 애착을 느꼈다고 한다. 시어머니가 만들어 주는 그리스 음식은 “너무 느끼해서 소화가 잘 안 되는 다른 서양과는 달리 입맛에도 맞고 소화도 잘 됐다”고 한다. 그리스 음악의 선율과 장단은 희한하게도 한국 ‘뽕짝’을 연상시켰다. 풍습과 전통도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많아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이런 것들이 바탕이 돼 한인으로서는 이색업종인 그리스 식당 창업준비에 들어갔다. 이들 부부가 원하는 레스토랑의 기본 컨셉은 “좋은 동네에 위치한 단골 손님들이 몇 십년이 넘도록 편하게 올 수 있는 곳”.
뉴욕 버팔로에서 성장한 1.5세 양씨는 대학 졸업 후부터 많은 소매업 매니저를 거치면서 전반적인 비즈니스 운영을 익혔다. 그 후 영어가 부족한 한인들과 중국인들의 버팔로 인근 식당개업을 도와주면서 식당 비즈니스에 뛰어 들었다. 뉴욕의 많은 식당의 개업을 추진하며 익힌 노하우는 율리시스 보이지 개업에 큰 밑거름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말리부, 코스타메사, LA등의 후보지를 놓고 고심하던 양씨는 원래 그로브 안에 열려고 했으나 감당하기 힘든 요구조건을 내세우는 바람에 차선책으로 그로브와 연결된 파머스 마켓을 택했다. 파머스 마켓도 수많은 미팅과 협상을 거쳐야 했다고 한다. 공사도 아는 사람이 없어 처음부터 믿고 맡길 사람을 구하기 힘들었다. 양씨는 시공회사측과는 처음부터 끝까지 서류거래를 하고 모든 서류에 사인 받는 것을 잊지 말 것을 조언한다. 특히 공사에 필요한 모든 보험 가입은 철저히 할 것을 당부한다.
양씨는 “그리스 레스토랑의 기본은 음식, 서비스, 음악의 조화가 잘 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한다. 음식은 그리스 전통의 맛을 제일 잘 살릴 수 있는 시어머니가 맡았다. 어머니가 가족을 위해 준비한 것 같은 버터나 방부제를 절대 사용하지 않는 건강식단으로 메뉴를 꾸몄다. 또한 철저한 종업원 교육을 통해 겉으로만 나오는 친절이 아닌 진정한 서비스를 하도록 교육했다.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그리스 전통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라이브 무대도 마련했다.
그리스 문화가 유럽문화의 뿌리이듯 음식도 이태리나 프랑스등 유럽음식들의 원조와 같은 위치라는 설명이다. 그는 “수브라키 BBQ 치킨과 ‘스파나코피타’라는 페타 치즈가 곁들여 있는 시금치파이를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한다”며 많은 한인들이 맛보기를 권했다. (323)939-9728

<양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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