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계 최고 와인과 ‘막상막하’

2003-05-28 (수)
크게 작게

워싱턴주의 포도주

워싱턴주는 캘리포니아주 다음 가는 미국 제2의 고급 와인 생산지로 각광받고 있다. ‘고급 와인’(premium wine)은, 병당 8달러가 넘는 가격의 와인을 일컫는 시장 용어로, 나파 밸리, 뉴질랜드 등의 지역이 고급 와인 생산지로 꼽힌다. 이미 워싱턴주의 와인 산업은 2만9,000 에이커의 땅에서 300개가 넘는 포도 농장과 240개가 넘는 와이너리가 와인을 생산해내는, 연간 24억달러의 가치를 가진 중요한 산업으로 자리매김 하였으며 해마다 급격한 성장을 하고 있다.

현재 워싱턴주에서 만들어진 와인중 최상급 멜로와 카버네 소비뇽은 세계 최고라 불리는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와인과 비교되기도 한다.
오리건주의 북쪽에 위치한 워싱턴주의 기온은 캘리포니아보다 약간 낮다. 하지만 위도상 좀 더 북쪽에 위치한 관계로 여름 1일 평균 일조량이 캘리포니아주보다 더 높다. 낮의 길이가 평균 17.4시간으로, 캘리포니아보다 두시간 가량 더 긴 것이다.


게다가 캐스케이드 산맥의 동쪽은 산맥이 비를 막아주는 바람에 그 유명한 시애틀의 비가 미치지 못하고, 낮에는 건조하고 더운 기온을 유지한다. 참고로 와이너리들이 밀집한 워싱턴주의 동부는 1년 강수량이 8인치에 불과한데 반해서 시애틀을 포함한 워싱턴주 서부는 그 6배에 달하는 48인치의 비가 매년 내린다.

덕분에 길고 더운 낮 동안 햇빛을 듬뿍 받고 쌀쌀한 밤을 견뎌내면서 워싱턴주 동부의 포도들은 풍부한 맛과 훌륭한 조화를 이루어, 좋은 와인을 만들기에 적합한 포도로 영글어지는 것이다. 특히 워싱턴주의 컬럼비아 밸리 지역은 프랑스의 보르도와 동일한 위도상 위치하고 있어서 카버네 소비뇽과 멜로를 재배하기에 적합한 지역으로 꼽힌다.

한 예로 지난 4월22일 동경에서는 세계 최고의 소믈리에와 와인 전문가 60명이 모여서 노스스타, 레콜 No. 41, 헤지스 셀러스, 우드워드 캐년, 레오네티 등 미국 워싱턴주에서 생산된 카버네 블렌드와 보르도산 라피트 로실드, 나파 밸리의 오퍼스 원 등을 비교하는 블라인드 테이스팅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워싱턴주 왈라왈라 밸리 샌 레오네티가 1등을 하였고, 그 뒤를 오퍼스 원과 라피트 로실드가 이었다. 워싱턴주에서 생산된 카버네 블렌드 적포도주가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한 것이다.

워싱턴주에서 생산되는 적포도주는 멜로와 카버네 소비뇽이 주종을 이루고, 백포도주는 샤도네와 리즐링이 주종을 이룬다. 그 밖에도 세미용, 소비뇽 블랑, 비오니에, 피노누아, 시라, 산지오베제, 카버네 프랑 등 총 15가지의 포도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 생산되지만, 멜로와 카버네 소비뇽이 전체 면적의 45% 가량을 차지하고, 샤도네와 리즐링이 35%를 차지하는 등 이들 네 품종에 치중되어 있는 편이다.

주요 와인 생산 지역으로는 야키마(Yakima) 밸리, 왈라왈라(Walla Walla) 밸리, 레드 마운틴 등이 있는데 이 세 지역은 모두 크게는 컬럼비아 밸리 지역에 속해있으며, 컬럼비아 밸리는 캘리포니아주의 나파 밸리처럼 워싱턴주 와인 생산의 척추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최선명 객원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