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샌안토니오 와이너리 프랑스 와인 시음회

2003-05-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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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4월26일 토요일 다운타운에 위치한 샌안토니오 와이너리에서 열린 ‘4월의 파리’(April in Paris)라는 주제의 프랑스 와인 시음회에 참석했다.
강사는 와인 전문가 마이클 파팔리아. 약 세시간에 걸쳐 프랑스 와인의 역사와 특성에 대해 배우고, 보르도, 부르고뉴, 론, 알자스, 루아르, 샴페인 등 각 지역의 와인들을 음식과 함께 마시며 맛을 비교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샌안토니오 와이너리는 1년에 10여차례 주제를 정하여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미국 등 각 지역의 와인에 대해 맛보고 공부하는 시음회를 실시하는데, 프랑스 와인 시음회는 특별히 인기가 많아서 오래 전에 좌석이 매진되곤 한다.

이날 시음한 와인은 알자스 지방의 트림바하 머스캣(Muscat)과 루아르 지방의 콩라폰드 상세르(Sancere), 보졸레 지역의 조셉 드루앵 브루이(Brouilly), 보르도 지방의 샤토 데 페즈와 샤토 벨에어, 론 지역의 샤토 드 라 가르딘 샤토뇌프 뒤 파프(Chateauneuf-du-Pape), 그리고 모에 & 샹동의 넥타 임페리얼 샴페인이었고, 이와 함께 나온 음식은 프랑스 남부 스타일의 여름 야채 샐러드, 필레 미뇽 스테이크, 그리고 얇은 옷을 입혀서 구워낸 사과 요리가 차례로 나왔다.


제일 처음 마신 머스캣은 달콤한 이탈리아 와인 모스카토와 같은 품종의 포도로 알자스에서 드라이하게 빚은 와인이다. 과일향이 많이 나면서도 단 맛이 거의 안 느껴지는 것이 신기했다. 과일향이 매운 맛을 상쇄하여 주므로 스파이시한 음식과도 잘 어울리고 특별히 닭고기와 잘 어울리는 와인이다.
곧이어 마신 상세르는 소비뇽 블랑으로 빚은 포도주인데, 파팔리아는 상세르가 전 세계 소비뇽 블랑 중 가장 훌륭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소비뇽 블랑 특유의 깨끗한 향과 맛, 그리고 허브향이 금방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와인. 또한 마셔본 와인 중 가장 단맛이 적고 드라이하게 느껴지는 와인이기도 했다.


잘게 썬 여름 야채를 올리브 오일 드레싱에 버무린 샐러드와 함께 마신 와인은 조셉 드루앵 브루이. 이 와인은 보졸레 지방의 크루 보졸레인 가메이(Gamay)라는 포도로 만들어지는데, 적포도주 중 가장 태닌이 적은, 백포도주에 가까운 가볍고 상쾌한 와인이다. 보졸레 와인은 세가지로 나뉘는데 매년 11월 셋째 목요일에 전 세계적으로 축배를 드는 와인인 보졸레 누보, 보졸레 빌라주, 그리고 크루 보졸레이다. 그 중 크루 보졸레가 가장 고급인데, 그래도 카버네 소비뇽처럼 오랜 시간 숙성시키기에 적합한 와인은 아니다.

스테이크와 함께 마신 두가지 종류의 보르도산 적포도주는 생에스테프 지방의 샤토 데 페즈와 생테밀리옹 지방의 샤토 벨에어였다.
생테밀리옹의 샤토 벨에어는 한병에 70달러 정도로 그날 시음한 와인중 가장 비싼 와인이어서 마시기 전부터 호기심을 자극했는데 프랑스 와인 특유의 우아함과 밸런스를 잘 갖추고 있었으며 특별히 스테이크와 무척 잘 어울렸다.

여섯번째로 소개된 와인은 샤토뇌프 뒤 파프였다. 이 단어의 뜻은 ‘교황의 새로운 성’으로 아비뇽의 교황들은 론 지역의 남쪽에 여름 휴가용 성을 짓고 그 주변에서 포도를 재배해 와인을 만들었는데, 바로 그 와인이 샤토뇌프 뒤 파프다. 시라와 그라나쉬, 무베데르 등 여러 품종의 포도를 섞어서 만든다. 매우 진하면서도 부드럽고 향기로운 적포도주로, 여러가지 종류의 음식과 잘 어울리는 것이 장점이다. 파팔리아의 설명에 의하면 샤토뇌프 뒤 파프야말로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모든 와인 중 가장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한 와인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얇게 옷을 입혀서 구운 사과 위에 캐러멜 브랜디 소스를 얹어서 내온 디저트와 함께 마신 와인은 샴페인이었다. 드라이하지 않고 약간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었으며 디저트와 함께 잘 어울렸다.
강사의 풍부한 지식과 유머감각으로 3시간의 강의는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게다가 훌륭한 음식과 와인이 함께 어우러진 시간이어서 더욱 즐거웠다.

LA다운타운 5번 프리웨이와 메인 스트릿 인근에 위치한 샌안토니오 와이너리는 1910년대에 지어진 건물이 문화적, 역사적 장소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와이너리 투어도 가능하고 거의 매달 다른 주제로 점심이나 저녁 식사를 곁들인 와인에 대한 세미나가 열리고 있으니 와인에 대해 배우길 원하는 한인들이 찾아가보기에 좋은 곳이라 생각된다.
주소와 전화번호는 737 Lamar Street, Los Angeles, CA 90031 (323)223-1401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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