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99센트스토어 불황모른다

2003-04-29 (화) 12:00:00
크게 작게

경기침체로 ‘알뜰샤핑족’ 대거 몰려
한인업소 등 매출 두 자리수 상승

경기침체로 대부분 소매업소들이 고전하고 있지만 1달러 미만의 상품을 판매하는 99센트 스토어들만은 두 자리수의 매출신장을 기록하며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싸구려만 판다’는 소비자들의 고정관념이 무너지고 최근 경기침체와 함께 ‘알뜰샤핑의 명소‘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고객층이 넓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블루칼라’가 주고객이었던 이들 업소들에는 최근 한인과 백인 등 중산층 소비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현재 가장 대표적인 업소로는 ‘99센트 온리’(99 Cents Only), ‘달러 트리’(Dollar Tree) ‘빅 랏츠’(Big Lots)등이 있으며 크고 작은 한인업소들도 LA일원에만 수 백 곳에 이르고 있다.

99센트 스토어들을 대상으로 도매는 물론 ‘자이언츠 달러’ ‘파워 달러’ 소매점도 운영하는 ‘JC세일즈’의 제임스 심사장은 “올해 도매 부분에서만 20%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며 “고객층이 다변화되고 아이템이 늘어나면서 99센트 스토어가 하나의 독립된 시장을 형성할 만큼 성장했다”고 말했다.

비교적 마진이 높고 운영이 어렵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한인들의 진출도 활발하다. ‘JC세일즈’측은 “E2비자나 초기 이민자들의 관심이 높다”며 “현재 거래하는 한인 소매업주만 300여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단지 99센트 물건만 판다’는 마케팅으로 매년 기록적인 매출실적을 올리는 대형 체인 ‘99센트 온리’의 경우 올 1·4분기 매출은 1억9,640만 달러로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이상 늘었다.

99센트 스토어들의 성장에는 고객 저변확대도 한몫하고 있다. 20년 전 “저소득층을 집중 공략한다”는 기치아래 창업한 ‘99센트 온리’의 경우 현재 최대 매출을 올리는 곳은 베벌리힐스 인근 매장.
크레센트 하이츠와 페어팩스 사이 윌셔가에 자리잡은 이 매장의 연 매출은 900만달러 이상, 고객의 절반 정도는 베벌리힐스와 인근 지역 주민들이라는 업체의 분석이다.

업체측은 “부유층 주민들이 우리 업소에서 자질구레한 물건들과 치약, 화장지 등 싼 생필품을 무더기로 사간다”며 “특히 증시가 붕괴되고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주머니가 가벼워진 중산층 소비자들의 발길은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99센트 온리’의 에릭 쉬퍼 사장은 “교육수준이 높은 중산층의 경우 처음 파고들기는 어렵지만 일단 99센트 스토어를 방문한 후에는 가장 좋은 고객으로 바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99센트 스토어들은 중산층 고객을 더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 인지도가 높은 유명 브랜드 제품 취급을 늘리고 있다.
한 예로 ‘99센트 온리’는 듀라셀, 산요, 패나소닉 등의 건전지를 판매하고 있으며 ‘빅 랏츠’도 최근 네임 밸류가 있는 화장품을 입하했다.

아이템 수도 초창기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 식품, 공구, 식기, 잡화, 장난감, 화초 등 수 천-1만 가지에 달한다. 99센트 스토어들의 급성장으로 고객을 빼앗긴 ‘세이본’ ‘월그린’ 등 대형 수퍼체인들은 매장내 따로 99센트의 ‘밸류 섹션’을 따로 개설하고 맞대응하고 있다.

<이해광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