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경제 포커스 원단업계의 눈덩이 불량채권

2003-04-12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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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당 4만달러…총 1천만달러 이상

추심 신청 10%정도
결제기간 두배로 늘어
“그나마 받으면 다행”


한인 원단업체들이 받지 못하고 있는 불량 채권액이 1,000만 달러를 훨씬 넘을 것으로 추산돼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전쟁으로 악전고투중인 업계가 삼중고를 겪고 있다.
한미신용정보사(사장 김성수)에 따르면 한인 원단업계의 불량채권이 지난 해 하반기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현재는 1,000만 달러에서 2,000만 달러에 이르고 있으며 한인업체당 평균 4만~5만 달러의 불량채권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다운타운 원단업체들로부터 채권추심(collection) 신청을 받기 시작한 이 회사는 신청접수 3주만에 50여 원단 업체로부터 200여만 달러에 이르는 채권추심 신청을 접수받았다. 접수된 업체의 불량 채권은 많은 경우 58만 달러에 달하는 업체도 있었고 10만 달러에서 20만 달러 사이의 대금을 받지 못하는 업체는 수 십 업체에 달했다.
이 회사 김성수 사장은 “접수된 채권 추심액은 한인 원단업체들이 안고 있는 실제 불량채권액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업체당 평균 4만 달러에서 5만 달러로 추정하면 원단업계의 불량채권은 최소한 1,000만달러에서 2,000만 달러에 육박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다운타운 한인의류업계의 심각한 경기침체는 다운타운 생산유통단계의 가장 밑바닥을 이루는 원단업계에서 극명하게 나타나 여타 업계가 느끼는 체감지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지수’가 높다.
원단업체인 J.P.패브릭사의 박종명 사장은 “원단업을 시작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지금 같은 최악의 상황은 처음이다. 주문도 없고 수금은 거의 들어오지 않는 실정”이라며 “장사 재미를 잃은 지 오래”라고 말했다.
한인의류업체인 A사에 13만 달러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한 원단업체 사장은 “원단을 구입한 한인의류업주가 수표를 부도낸 후 전화, 편지에 전혀 무응답이다. 소송을 해서라도 받아내겠다”고 말했다.
짧은 경우 30일에서 45일, 길어도 60일 내외였던 다운타운의 오래된 결제기간은 그 관행이 깨진 지 오래다. 현재는 결제기간이 90일을 넘어 120일을 초과하고 있지만 그나마 대금을 받을 수만 있다면 다행이라는 분위기가 업계에 팽배해 있다.
업계에서는 의류소매체인-의류제조-봉제-섬유원단에 이르는 다운타운 생산유통구조상 가장 바닥단계에 놓여있는 섬유 원단업계가 경기침체의 영향을 가장 크게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원단거래는 구매자가 지배하는 바이어스 마켓인 점과 100%가 외상거래인 텀(term) 비즈니스라는 특성으로 인해 상당기간 수금을 받지 못해도 원단 공급을 중단할 수 없어 원단 업체들의 장기 미수 불량채권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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