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터넷 도박 사이트 1,400여개 성업중

2003-04-04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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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면 좋겠지만 거의가 ‘쪽박’

작년 한해 40억달러 매출, 많은 주에서 불법
대부분 은행, 도박 사이트로의 직접 송금 불허

한인타운에서 일하고 있는 조모(33)씨는 작년 월드컵 기간 때 재미로 ‘스포츠 도박’(sports-betting) 사이트를 이용, 한국팀에 돈을 걸었다가 한국팀이 승승장구하는 바람에 2,000달러가 넘는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 50달러를 투자해 40배 이상의 돈을 벌어들이는 재미를 본 조씨는 다른 스포츠 도박과 동일 사이트의 카지노 게임에도 손을 댔다가 결국 돈을 모두 날리고 말았다.


정확한 액수는 집계가 불가능하지만 도박관련 업계 조사회사인 뉴욕의 크리스천슨 캐피털 어드바이저는 “작년에 2001년보다 33% 증가한 40억달러가 인터넷 도박에 사용됐다”고 전하고 “앞으로 4년 안에 이 액수는 4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진짜 돈을 걸고 할 수 있는 인터넷 도박 사이트는 약 1,400개로 추정되고 있다. 도박의 종류에는 라스베가스 카지노에서 하는 것과 같은 블랙잭, 룰렛 등의 게임과 스포츠 도박 등이 있다. 이 밖에 오스카상을 누가 받을 것인지, 이번 주 박스 오피스의 흥행 1위는 어떤 영화가 차지할 것인지 등 특별 이벤트를 놓고 내기를 할 수도 있다.

현재 인터넷 도박은 캘리포니아를 비롯하여 많은 주에서 불법으로 간주되고 있다.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합법적으로 정부의 허가를 받고 운영할 수 있는 곳은 안티구아 바르부다, 세인트 키트, 바누아투, 도미니칸 공화국 등 카리비안에 위치한 섬들이 대표적이며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몇몇 유럽 국가들도 조만간 허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인터넷 도박이 금지된 주에서 이들 사이트에 접속하는 사람은 불법행위를 하는 셈이다. 라스베가스의 카지노들도 온라인 카지노 개설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도박을 하려면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입할 때와 마찬가지로 크레딧 카드로 결제하거나 현금을 송금하는 방법으로 돈을 입금,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연방 하원은 작년에 은행이 도박 사이트로 송금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비록 연방 상원을 통과하지는 못했으나 정부 관계자들도 팽창일로에 있는 인터넷 도박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머지 않은 장래에 유사 법안이 다시 의회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티은행과 MBNA 등의 많은 크레딧 회사들은 도박 사이트로의 직접 송금하는 것을 허용치 않고 있다. 미국내 대다수 은행들도 도박 사이트로의 송금을 해주지 않고 있으며 한국은행들도 얼마 전 같은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현금을 직접 송금하거나 페이팔(pay pal), 파이어 페이(fire pay) 등 온라인 송금 사이트를 거쳐 돈을 입금시키는 등의 방법들이 있어 아무도 도박 사이트에 송금하는 것을 완전히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

도박은 불법이나 인터넷상으로 도박하는 이들을 처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에서도 캐리비안 섬 등 미국의 주권이 못 미치는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업자들을 처벌한 경우는 있어도 도박한 사람을 처벌하지는 않고 있다.

인터넷 도박에 빠져 돈을 탕진하는 네티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자 이제는 인터넷 도박으로 진 크레딧 카드 빚은 안 갚아도 된다는 내용의 웹사이트까지 등장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에 사는 한 여인은 인터넷 도박으로 생긴 7만달러 규모의 카드 빚을 안 갚은 경우가 있다.

이 여인은 도박이 불법임을 크레딧 카드회사들이 알고 있음에도 송금을 했다고 주장하여 승소했다. 일부 웹사이트는 인터넷 도박 빚을 갚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을 40여달러에 판매하고 있으나 실제로 빚을 안 갚아도 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양지웅 기자>
thomasya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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