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모의 마음 좋은 죽음

2003-04-04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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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봄날을 맞이하는 한해가 별로 밝지 않고 마음이 많이 우울하다.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과 반전시위의 어두운 소식으로 시작되는 매일의 뉴스가 얼마나 오래 갈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지금 자녀나 형제가 전쟁에 참여한 가족들의 마음은 너무나 불안하고 힘든 하루 하루일 것이다.
그러나 비단 이라크 전쟁이 아니라도 매일 질병과의 전쟁을 겪는 사람들도 만나게 된다. 우리는 지난주 33세의 젊은 청년이 췌장암으로 병을 발견한지 6개월만에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훌쩍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이 세상에서 해야할 일이 많이 있는 때에 그렇게 젊은 청년의 죽음을 이해하기는 너무 힘든 일이다. 부모에게는 사랑 받는 소중한 아들로, 형들에게는 너무나 아끼며 사랑하는 동생으로, 친척들에게는 항상 대견하고 자랑스러운 조카로, 직장에서는 유능하고 성실한 전문변호사로, 친구들에게는 말할 수 없이 다정다감한 친구로 사랑 받고 존중받던 청년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크게 안타까워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좋은 죽음을 준비한 청년의 지혜와 성숙한 자세이다. 자신의 영혼의 주인을 만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고 결단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아는 지혜로운 청년이었다. 정신 없이 열심히 살다가 어느 날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심한 병을 발견하였을 때 그는 얼마나 당황하였을까? 그러나 그렇게 심각한 상황에서 의연하게 가장 중요한 결정을 미루지 않고 하나님을 만나는 준비를 성실하게 하였다. 그는 죽음이 가까움을 알고는 자원하여 세례 받기를 원하였다. 가족들 앞에서 신앙고백을 하고 세례를 받으면서 본인의 죽음으로 슬퍼할 가족들에게 오히려 위로를 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너무 짧은 인생을 살고 떠나는 아쉬움과 섭섭함은 말로 다 할 수 없지만, 믿음으로 영생을 받고 떠나갔기 때문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소망을 남겨 주었다. “영생은 곧 유일하신 참 하나님과 그의 보내신 자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이니이다”(요17:3). 그래서 우리는 작별인사를 “Goodbye!”라고 하지 않고 “See you again!”이라고 했다.

가족들 앞에서 자신이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음을 고백하고 가족들의 사랑의 위로를 받으면서 정말 잠자리에 드는 것처럼 이 세상을 떠나간 그 모습이 너무나 평안하고 복된 죽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주위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외롭게 사랑하는 가족을 그리워하며 아픔과 슬픔 가운데 떠나가는지 모른다. 그 귀한 청년의 죽음을 보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절실하게 느꼈다. 가족은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가장 귀한 선물이다. 그러면서 무서운 질병으로 고통받으며 죽음을 기다리는 환자들을 돌보는 호스피스 사역을 하는 봉사자들이 새삼 귀하게 느껴졌다. 특히 가족의 돌봄을 받지 못하고 죽음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박 상 은
(죠이 휄로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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