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00년 보르도 적포도주

2003-03-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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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만에 맛보는
전설적 최고‘빈티지’

기후등 최고의 조건 향 ·맛 다양
적포도주의 진수 ·우아함 갖춰
작년말부터 병으로 옮겨져 출시

2000년 가을 수확된 포도로 빚어진 보르도산 적포도주가 1년반이 넘는 오크통 숙성을 거쳐 작년 말부터 병으로 옮겨졌고, 벌써 몇몇 와인들이 출시되었다. 포도 수확 직후부터 로버트 파커와 제임스 서클링 등 유명한 와인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지난 100년간 최고의 해라고 칭송을 한 2000년산 보르도 적포도주를 드디어 우리도 맛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의 예상에 힘입어 이미 선물거래시장에서 초강세를 보이던 가격은 병으로 옮겨담아진 후 테이스팅에서 예상을 훨씬 웃도는 품질로 인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현재 포메롤 지방의 2000년 샤토 페트루스는 병당 1,800달러에 거래되고 있으며, 2000년 르 팽 또한 일급 포도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1,000달러가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보르도 최고의 포도원이라 일컬어지는 1등급 포도원서 생산되는 최고 품질의 와인 중 샤토 라피트로실드(Lafite Rothschild), 샤토 라투르(Latour), 그리고 샤토 레오빌 라 카세(Leoville Las Cases)가 모두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지의 제임스 서클링으로부터 100점 만점을 받는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서클링에 의하면 2000년 샤토 마고(Margaux) 또한 100점을 받을 수 있었으나 테이스팅이 있던 작년 12월에 아직 병에 옮겨 담아지지 못한 관계로 불참하였다고 하니, 100점 만점을 받은 와인이 무려 4개나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보르도지방 전역에 걸쳐서 고르게 좋은 빈티지로 기록된 2000년에 대해 서클링은 99점을 주었으며, 이는 전설로 남아있는 1961년 빈티지와 동일한 점수이다.

2000년 빈티지가 역사에 길이 남을 대단한 빈티지가 된 것은 전적으로 비가 적고 고온건조했던 날씨 때문이다. 2000년 6~8월의 강우량은 예년에 비해 현저히 낮았고, 7~9월 약간 건조하면서도 최고 온도가 섭씨 35도를 넘지 않았던 기후는 등 포도가 익으면서 복잡 다양한 향과 맛을 함유할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을 제공했다.

1945년, 1947년, 1961년 등의 전설적인 빈티지 외에 최근에는 1982년, 1989년, 1990년 빈티지가 극찬을 받았었다. 하지만 2000년은 좀 다르다. 건조하며 따스한 날씨 속에서 무더위를 피해서 영근 포도알들이 만들어낸 2000년 보르도 와인은 과일향이 깨끗하고 태닌이 비단처럼 느껴지는 보르도 적포도주의 진수를 보여주는 우아함을 갖추고 있다.

좋은 빈티지의 와인일수록 숙성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진다. 2000년 보르도산 적포도주는 최상급의 경우 적어도 10년간 숙성시킨 후에 마셔야 제 맛이 나며, 가능하면 15년에서 20년 동안 숙성시켜서 마시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지난 수년간 이탈리아, 나파, 호주 등의 강세에 밀려 미국내 판매량이 감소하던 보르도 적포도주는 2000년산을 계기로 초강세로 돌아섰다. 대부분의 와이너리들이 평소의 2배 이상의 가격에 와인을 출시하고 있는데 넘쳐나는 수요로 인해 가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오를 것으로 보인다. 평균 18개월의 오크통 숙성을 거쳐서 병으로 옮겨진 최상급 와인들은 병속에서의 숙성 기간을 거친 후 올 6월경에 출시될 예정이다. 그러나 라피트 로실드와 라투르의 경우 병당 400달러가 넘게 책정된 가격에도 불구하고 선주문이 넘치고 있다고 한다.

2000년산 보르도 적포도주을 적절히 즐기는 방법은 저렴한 가격의 중저급 와인들은 구입 즉시 마시거나 5년 내에 마시고, 상급 와인들은 15년 혹은 20년 후의 특별한 날을 위해 와인 저장고에 저장해 두는 것이 좋겠다.


30달러 이하 2000년
보르도산 우수 와인

2000년은 보르도산 적포도주에 있어서 100년에 한번 올까 싶은 대단한 빈티지이다. 한번 맛보고 싶지만 샤토 라투르의 경우 22만병 정도밖에 출시하지 않으므로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고, 설사 찾았다 하더라도 가격이 500달러 가까이 육박하니 선뜻 구입하기 망설여진다. 하지만 적당한 가격에도 훌륭한 2000년 보르도산 와인을 맛볼 수 있다. 다음은 와인 스펙테이터지에서 90점 이상을 받은 30달러 이하의 와인이다.

▲라베고스-제데 (Chateau Lab gorce-Z d ) Margaux 2000, 92점, 20달러
▲베리즐 몬도테 (Chateau Bellisle Mondotte) St. Emillion 2000, 92점, 30달러
▲라 크로아 뒤 카스 (chateau La Croix du Casse) Pomerol 2000, 92점, 30달러
▲마티넝 (Chateau Martinens) Margaux 2000, 91점, 20달러
▲프티트 그라베탱 (Chateau Petit-Gravet-Aine) St. Emillion 2000, 91점, 20달러
▲다가삭 (Chateau DAgassac) Haut-M doc 2000, 90점, 15달러

보르도 와인 구입

인터넷 통해 구입하는 것이 좋아

보르도 와인들은 인터넷을 통해 구입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유는 최상급 와인의 경우 올 6월이 되어야 병 숙성 기간을 마치고 출시될 것이므로 현재로선 선주문을 해 놓는 방법밖에 없으며, 30달러 이하의 와인들은 대부분 한해 출시되는 양이 4,000~5,000케이스밖에 안 되므로 어떤 와인 스토어에 판매하는지 알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웹사이트 www.wine-searcher.com 에서 와인의 이름을 입력시킨 후 클릭하면 미국 내 판매망과 와인 스토어를 알려준다. 샤토 라피트 로실드 2000년을 입력하니 남가주 오렌지시에 있는 ‘와인 익스체인지’(Wine Exchange)와 웨스트 할리웃의 ‘존 & 피트 파인 와인 & 스피릿’(John and Petes Fine Wine & Spirit)에서 선주문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와인 익스체인지의 주소는 www.winex.com (800-769-4639)이며, 존 & 피트는 www.johnandpetes.com (310-657-3080)이다.
그런데 현재 웬만한 와인 전문 스토어들은 30달러 이하의 가격대 2000년 보르도 와인들을 한두가지씩 구비하고 있으므로 가까운 와인샵에서 먼저 찾아본 후 인터넷 서치를 할 것을 권한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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