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일 안하면 장사가 안되니…의류점 ‘주름살’

2003-03-26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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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위축에 할인 출혈경쟁 옷값 추락
스피겔·에디 바우워등 잇단 파산
월마트·타겟 등 마진낮춘 판매전략에
고급 의류 시장에도 지각변동 조짐

요즘 샤핑몰에 가보면 봄 신상품을 제 값 받고 파는 ‘간 큰’ 의류판매점은 없다. 때가 때인 만큼 위축된 소비심리를 끌어올리기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어렵다. 최소한 40% 정도는 할인판매를 해야 소비자들이 겨우 눈길을 한번 줄 정도다.

이중침체(double dip) 현상을 겪고 있는 불안한 경제와 이라크와의 전쟁 등의 이유로 소비자들이 지갑에 손을 댈 생각조차 하지 않는 힘든 상황에서 의류판매 업체들은 유가의 폭등으로 의류 등의 수입에 드는 비용마저 상승, 이중고를 겪고 있다. 경기가 좋을 때야 유가 상승 정도야 소비자에게 슬쩍 떠넘기면 그만이지만 요즘은 그것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세일까지 해야 겨우 살아남을 수 있다.


지난 2월의 남성의류 가격은 작년 2월에 비해 3.9% 싸졌으며 여성의류는 2.5% 하락했다. 의류업계 관계자들은 전쟁이 끝나더라도 할인판매를 중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옷값 하락의 원인을 전 세계에 걸친 공급과잉 현상과 치열해진 경쟁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물론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만한 새로운 패션이 없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대부분의 의류업체들은 몇 년 전부터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지역의 공장에서 싼값에 의류를 제작, 미국 시장에 공급함으로써 예년과 올해의 위기를 버텨나가고 있다. 하지만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쓰러지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캐털로그 판매를 주로 하는 스피겔과 에디 바우워는 지난 주에, 투데이스 맨은 지난 4일 파산을 신청했다.

백화점들도 대형 소매업체들의 공세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월마트와 타겟은 최근 의류의 질을 높여 백화점의 의류판매를 위협하고 있다. 창고형 대형 할인점인 코스코 역시 마진폭을 대폭 낮춘 의류를 판매하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본격적으로 중급 및 고급 의류 시장에 뛰어든다면 업계의 판도는 크게 바뀔 수도 있다.

물론 모든 의류판매점들이 힘든 것은 아니다. 치코스(Chico’s)와 퍼시픽 선웨어 등 틴에이저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업소들은 매출이 꾸준히 늘면서 이윤을 내고 있다.

<양지웅 기자>
thomasya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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