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식당 가이드 레스토랑 ‘로란제리’

2003-01-0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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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전통 향 ·맛 마음껏 만끽

화려하고 로맨틱한 실내분위기 압도
최고급 재료로 까다로운 입맛도 만족

‘로란제리’(L’Orangerie)에서 마법과 같은 디너를 즐기는 저녁은 모나코의 왕비가 부럽지 않다. 1978년 제라드 페리 부부에 의해 특별히 지어진 로란제리의 건물은 휘황찬란한 금빛 간판과 격조 있는 출입구에서부터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이 느껴진다.
높다란 천장 아래에 놓여진 그랜드피아노는 훌륭한 연주자를 만나 가장 영롱한 멜로디를 공명한다. 유리 문 너머 중앙 뜰에는 자연채광을 통해 밤하늘의 별들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오렌지 나무가 심겨진 중앙의 뜰을 지나면 베르사이유 궁전만큼 화려한 다이닝룸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름답게 장식한 벽에는 유럽의 일상을 그려 넣은 대형 유화가 2점 마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의자와 가구들은 귀족들의 것인 양 호화롭고 테이블 위에 밝혀진 촛불은 은은하게 빛을 발한다.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아 있는 꽃꽂이는 가히 압도적이다.
LA에서 이렇게 아름답고 화려하며 우아하고 로맨틱한 레스토랑은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것이다. 최고급 프랑스 요리와 다양한 와인 리스트, 그리고 세련된 서비스의 로란제리는 전 세계의 가장 우아하고 수준 높은 호텔과 고메이 레스토랑의 리스트인 를레와 샤또 연합(Relais & Chateaux Association)에도 수록돼 있는 명소. 깍듯하게 고개를 숙이며 펼치는 종업원들의 서비스는 세심하고 공손하다.
올해 33세인 프랑스 인 주방장 크리스토프 에메는 파리의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 가운데 하나인 타예방(Taillevent)에서 일한 바 있는 재주꾼. 사려 깊게 선택한 몇 가지 제철 식품과 향을 이용, 단순한 조리법으로 창조해 낸 그의 요리는 현대적인 감각이 번뜩인다.
프랑스 전통의 진하고 풍부한 소스를 견제하는 대신 미묘하면서도 향이 풍부한 자연 식품의 즙을 이용한 요리는 건강에 유념하는 현대인들의 기호에도 꼭 맞는다. 가재, 성게 알, 거위 간, 철갑상어 알, 수입 생선, 신선한 고기와 가금류에 이르기까지 최고급 요리 재료를 이용해 펼치는 무궁무진한 그의 요리 세계는 까다로운 입맛도 만족시킬 만하다.
그림을 그리듯 아름답게 장식한 접시는 감상하는 시간을 따로 떼어내지 않는다면 죄스러움을 느낄 정도. 맛깔스런 음식과 좋은 서비스, 그리고 와인 리스트를 갖춘 로란제리는 이곳저곳에서 주는 상도 참 여러 가지 받았다. 캘리포니아와 오리건, 이탈리아, 스페인, 칠레, 호주, 아르헨티나는 물론 1967 Chateau D’quem에서부터 1999 Petit Chablis Denis Pommier에 이르기까지 각 지역 별로 다양하게 준비한 프랑스 와인의 리스트는 와인 전문가도 뒷걸음질 칠 정도다. 600종의 다양한 와인 25,000병이 늘 준비돼 있어 식사와 함께 즐길 수 있다.
로란제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8코스로 준비되는 요리사 시식 메뉴(Royal Tasting Menu). 오픈 당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전채, 철갑상어 알과 달걀 요리(Eggs in the Shell with Petrossian Sevruga Caviar)는 25년 동안 조금도 변함없이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차이브와 양파, 크림을 곁들인 달걀을 아름다운 은제 그릇 한 쌍에 담고 위에 철갑상어 알을 얹은 것이 러시아의 짜아르 황제도 감동시킬 만한 고급 요리다.
전통적인 스타일로 요리한 프와 그라(Terrine of Foie Gras)는 설탕과 향에 졸인 배와 사과를 곁들인 것으로 오래 시간을 두고 아껴먹었다.
조갯살 리조또(Arborio Risotto)는 살짝 익힌 조갯살이 보드랍고 껍질 째 요리한 샌타바바라 산 가재(Santa Barbara Spiny Lobster)는 양배추와 버섯, 감자 수플레를 곁들여 낸 것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껍질을 고소하게 구운 흰 살 생선(Crispy Skin John Dory)은 파미잔 치즈를 뿌린 감자 뇨끼와 함께, 비둘기 요리(Roasted Pigeon)는 붉은 와인 소스로 맛을 내고 올리브 페이스트와 마카로니 크라탕을 곁들였다.
프랑스에서 직수입한 치즈 모듬에 이어 오렌지와 그랑마니에 수플레(Orange & Grand Marnier Souffle)를 후식으로 입맛을 정리하고 나면 과연 마리 앙뜨와네트라도 이런 맛의 호사를 만끽하며 살았을까 의문스러워진다.

Tips
▲종류: 클래식하면서도 새로운 프랑스 요리. ▲오픈 시간: 화-일요일 오후 6-11시. 월요일과 공휴일은 문을 닫는다. 화-목요일 오후 7시부터는 재즈 피아노 연주가 있다. ▲드레스 코드: 정장, 남자는 자켓이 요구된다. ▲가격: 전채는 18-35달러. 철갑상어 요리는 110달러. 메인 디쉬는 29-58달러. 후식은 12-14달러. 8코스의 시식 메뉴(Menu Royal)는 135달러. 와인은 병에 34-2,700달러. ▲주차: 6시 이후 발레 파킹 4.50달러. ▲주소: 903 North La Cienega Bl. Los Angeles, CA 90069 한인타운에서 Melrose를 타고 서쪽으로 가다가 La Cienega를 만나 우회전하면 왼쪽으로 나온다. ▲예약 전화: (310) 652-9770.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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