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증시 민감한 자료를 기업에만 미리 주다니

2002-12-17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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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립대학이 불공정 이윤추구’
미시간 대학교에 따가운 눈총
돈 없는 일반투자자 불이익 가능


돈을 받고 시장 동향과 관련된 경제지표를 미리 알려주는 것이 정당한가.
미시간대학교가 주식 및 채권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소비자체감지수(Consumer Sentiment Index)를 일반에 공개하기 전 연 4,650달러를 내는 기업들에 미리 알려주는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JP모건 체이스은행, UBS 투자은행등 102개 기업들이 매달 나오는 이 자료와 관련한 미시간대의 컨퍼런스 전화를 들을 수 있는데 미국의 경제지표중 내부자에게 먼저 공개되는 것은 소비자체감지수가 유일하다.
논란은 초점은 왜 주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주립대학이 정보의 우위를 이용, 이윤을 늘릴 수 있는 ‘스폰서’(증권회사등)들에 자료를 팔아 돈을 버느냐는 것. 증권감독국(SEC)의 한 전직 고위관계자는 “이 지수에 따라 증시가 움직이는데 일부 사람들만 정보를 사전 입수하고 있다”며 “이는 증시의 자신감을 약화시키는 심각한 규정관련 이슈”라고 지적했다.
지난 10월의 경우 미시건대 지수가 예상되었던 것보다 큰 폭으로 하락, 10년 만기 국채의 가격이 껑충 뛰었다. 이때 컨퍼런스 콜을 통해 정보를 미리 알았던 한 거래회사는 즉각 1,000만달러 규모의 채권을 매입한 뒤 일반 투자가들이 뉴스에 반응하는 시점에 바로 되팔아 순식간에 2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예일대 로버트 쉴러 경제학 교수는 “돈 많은 거래은행에 정보를 팔아 돈 없는 투자가들을 이용해 먹도록 하는 것은 대학에 어울리는 비즈니스는 아니다”고 비난했다.
민간 비즈니스 그룹인 컨퍼런스 보드, 연방준비제도이사회를 비롯 10개 이상의 정부기관 및 경제단체들이 각종 경제지표를 정기적으로 발표하고 있는데 선별 공개를 하거나 돈을 받고 정보를 파는 곳은 전무하다.
정보 제공의 공평성 차원에서 뉴욕 연방준비은행, 컨퍼런스 보드등은 뉴스를 소화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언론에만 보도유예(embargo) 조건하에 30분 일찍 통화량 자료와 소비자신뢰지수를 공개하고 있다. 한편 미시건대측은 “기업들로부터 받는 돈을 모두 더해도 조사에 드는 비용에도 채 미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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